북한이 지난 7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는 2012년 12월12일 발사한 ‘은하 3호’와 제원과 궤적이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광명성이 은하 3호와 제원과 궤적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 발사 직후 서해에 떨어진 부품을 수거 분석한 결과 은하 3호는 100㎏의 물체를 실어나를 수 있는 길이 30m의 3단형 로켓이었다. 광명성 역시 은하 3호와 같은 지름 2.4m, 길이 30m로 추정되고 형태도 3단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단 로켓이 떨어진 곳도 2012년 낙하 지점과 70㎞밖에 떨어지지 않은 필리핀 루손섬 동쪽 해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로켓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는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4호가 이전에 발사한 광명성 3호보다 2배 무겁다면 1~2단이 분리되는 지점과 로켓 크기가 더 커졌어야 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다”며 “은하 3호가 당초 200㎏ 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이었거나 위성이 조금 커지는 데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전 항우연 원장)는 “이번 발사도 로켓 성능을 개선하는 것보다 여러 번 발사해도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성과 은하 3호는 모두 27t급 노동 미사일의 액체엔진 4개와 3t급 보조엔진 4개를 결합해 만든 120t급 로켓을 1단으로 사용한다. 한국은 북한보다 20년 늦게 개발을 시작했다. 2013년 1월 발사한 나로호가 현재로선 우주 발사체의 전부다. 그나마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체계와 발사 기술을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핵심인 로켓 엔진은 사와야 했다. 2019년과 2020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KSLV-2)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인 75t급 액체엔진은 북한의 27t급 액체엔진보다 추력이 훨씬 탁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북한이 사용하는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적연질산은 로켓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년까지 국산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쓰는 75t급 액체엔진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북한보다 자력 발사는 늦었지만 엔진 기술에서는 앞서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 과학기술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도 더 큰 로켓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과 공동으로 30~50t급 엔진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지난해 서해 발사장의 로켓 발사대 높이를 67m까지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높이라면 로켓 길이가 40~45m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광명성 4호는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위성 목록에 41332번으로 정식 등록됐다. 한국은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호와 정지궤도인 천리안 위성 등 18기의 크고 작은 위성을 쏘아올린 위성 강국에 속하는 반면 북한은 아직 광명성 3호에 이어 광명성 4호를 우주궤도에 투입한 게 고작이다. 김승조 교수는 “북한 측은 2012년 발사한 광명성 3호에 지구관측 카메라가 달렸다고 주장했지만 4년간 단 한 차례도 사진을 공개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실상 위성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위성사진 공개와 위성이 쏘는 교신 신호의 탐지에 따라 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