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사모(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자산운용사가 기존 운용사들을 제치고 올해 헤지펀드 수익률(1월4일~2월4일) 1위에 올랐다. 기존 운용사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투자 전략과 과감한 인재 영입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침체에 빠진 헤지펀드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0개 헤지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는 지난해 12월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모히토’ 펀드(수익률 4.64%)가 차지했다. 코스피지수(-2.29%)는 물론 전체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0.28%)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2월23일 설정 이후 수익률은 5.78%다. 라임자산운용의 또 다른 펀드인 ‘라임 가이아’도 올해 헤지펀드 수익률 2위(3.40%)에 오르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헤지펀드 '겁없는 신인'이 일냈다…수익률 새콤달콤한 '라임'
새내기 운용사 중에서는 지난해 12월 운용사로 전환한 그로쓰힐자산운용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11일 ‘다윈 멀티스트래티지’를 출시해 0.6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규 운용사들의 약진이 ‘롱쇼트 전략’ 중심의 기존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 전략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투자 기법이다. 라임자산운용은 롱쇼트 대신 퀀트 전략 등을 활용한다. 퀀트는 투자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프로그램의 계량적 분석에 따라 투자하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 퀀트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이종필 전무와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 출신 김영준 전무를 영입했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퀀트 전략만 최대 다섯 가지에 이른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퀀트 전략 외에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이벤트드리븐 등 10여 가지 전략을 사용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었다”며 “고객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헤지펀드에 뛰어든 파인밸류자산운용은 기업공개(IPO)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운용사의 ‘파인밸류 IPO플러스’는 IPO 관련 주식에 자산의 최대 70%를 투자한다. IPO에 50% 이상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은 이 펀드가 국내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뒤 4.0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펀드를 출시한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을 활용한다.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베트남 주식을 사고 동시에 한국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편다. 베트남 전문가인 송상종 대표가 직접 운용한다.

한편 기존 운용사 중에선 브레인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펀드가 올해 선전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익률 정체를 겪었던 ‘브레인 한라 1호’(연초 이후 3.07%)와 ‘브레인 백두1호’(2.99%), ‘브레인 태백 1호’(2.95%) 등이 헤지펀드 수익률 3~5위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H클럽 멀티스트레티지 1호’(2.33%) 등 4개 펀드가 순익률 10위 안에 포함됐다.

반면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연속 1위 수익률을 기록한 쿼드자산운용의 ‘쿼드 Definition 7 글로벌 헬스케어’는 올 들어 -13.63%로 떨어져 최하위를 기록했다. 펀드매니저 교체 이후 고전하고 있는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에버그린 롱숏’(-7.43%), ‘대신에버그린 멀티하이브리드’(-6.39%) 등 5개 펀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