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이 차린 복덕방…"학생은 복비 안 받아요"
대학생이 창업한 부동산 중개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자취생을 위한 가이드북을 내놨다. ‘2016 서울대학교 자취 가이드북’을 펴낸 이재윤 집토스 대표(25·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4년·사진)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공개된 가이드북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최근 3000부를 인쇄하기로 했다. 인쇄된 가이드북은 다음달 입학하는 서울대 신입생에게 지급된다. 책에서 이 대표는 월세와 전세의 차이 등 기본 개념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등장하는 ‘확정일자’ ‘묵시적 갱신’ 등 어려운 개념까지 쉽게 풀어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중개와 관련한 일을 반년 넘게 하면서 간단한 법 지식이 없어 자취방 계약 등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학생을 많이 목격했다”며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통해 건물 소유주와 담보 설정 상황 등을 확인하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대 계약 후에는 전입신고를하고, 계약 만료 한 달 전에는 집주인에게 퇴실 여부를 알려줘야 보증금도 보호 받고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군 복무 시절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중개업소를 차렸다. 작년 12월에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인 집토스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집토스는 집을 구하는 사람이 사이트에서 본인이 원하는 집의 조건을 선택하면 소속된 중개사가 그에 맞는 물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객이 희망하면 집토스는 물론 가맹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서도 의뢰한 조건에 맞는 물건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존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는 허위 매물이 많아 집을 구하는 이들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많다”며 “집토스에서는 고객이 찾을 때마다 확인된 매물 정보를 제공하므로 그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업계의 잘못된 중개수수료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원룸이 고시원 등 근린생활시설로 불법 등록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된 원룸의 최대 중개수수료는 거래액의 0.9%로 주택(0.4%)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임대인은 건물 용도와 관계없이 주택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내는 것이 관행이라 입주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집토스는 집주인에게만 0.4%의 수수료를 받을 뿐 학생들로부터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이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 중장기적으로 업계의 잘못된 관행도 바로잡힐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