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들은 줄거리만 훑어보면 막장 중의 막장 드라마 같다.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모두 작품화한 ‘아가멤논 가족사’를 보자. 딸을 신의 제물로 바치고 전쟁에 출정했다 승리하고 돌아온 남편을 아내가 정부(情夫)의 도움을 받아 살해하고, 아들과 둘째 딸은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정부를 잔인하게 죽인다. ‘오이디푸스 왕’은 한발 더 나아간다. ‘운명의 힘’에 의해 모르고 벌인 일이라고 하지만 근친살해에 근친상간까지 더해진다.

이들 작품은 탄생한 지 약 250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고전 중의 고전으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예술작품의 원천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그럴까.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에서 그 이유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가멤논’은 모든 인간 안에 보편성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삶의 비극적 본질의 정수를, 오로지 그것만을 추려내어 온전하고 깨끗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비극은 숨겨진 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다”며 “오래된 청동 거울을 닦아 비추듯, 그리스 비극을 읽으며 나를 비출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칼럼 형태인 42편의 짧은 글을 통해 서양 문학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시작으로 오늘날 인문학의 뿌리로서 깊고 넓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리스·로마 고전을 두루 읽어준다. 문학과 철학을 아우른다. “고전을 통해 역사를 이끌어온 힘, 역사를 통해 고전을 만들어낸 힘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이고, 그 힘이 만들어낸 세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묻고 답을 새롭게 찾아본다.

흥미를 갖고 고전의 세계와 인문학의 뿌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책을 추천한 최선희 교보문고 목동점 북마스터는 “고전을 현재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흥미를 증폭시킨다”며 “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