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FANG)’이 올해도 추락하는 증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올 들어 5.5% 폭락하면서 2009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기대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4개 회사에 쏠리고 있다. 이들 인터넷 대표주는 지난해 다우지수가 2.2% 하락한 가운데 평균 83%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올리며 무너지는 시장을 떠받쳤다. 월가의 투자분석가들도 이들 기업의 첫 글자를 딴 ‘팡(FANG)’의 실적과 주가흐름이 증시 전체에 미칠 영향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세주’에 쏠린 기대

지난해 뉴욕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대 지수가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주가가 8% 하락하며 오히려 지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고, 국제 유가마저 폭락하면서 지수 영향력이 큰 에너지 업종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마지막 달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 은행주들도 맥을 못췄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S&P500지수의 하락률을 0%대로 막으면서 뉴욕증시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팡’으로 불린 대형 정보기술(IT) 대표주였다.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주가 상승률 134%를 기록, S&P500기업 중 1위를 차지하며 미디어 대표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아마존이 118%로 뒤를 이었고,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과 페이스북도 각각 47%와 34%를 기록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지난해 3분기에 페트로차이나 등을 밀어내며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포브스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들도 ‘팡’을 ‘포트폴리오 구세주’로 불렀다”며 “이들 4개 기업을 포함해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상위기업 10개를 제외하면 S&P500지수는 3.7% 하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엇갈린 출발…페이스북↑vs 아마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지난해 12월 내구재주문이 전달 대비 5.1% 감소하는 등 경기 지표의 약세 속에서도 다우지수가 0.79% 상승하며 마감했다. 이날 증시를 상승세로 이끈 것은 페이스북과 아마존이었다.

페이스북은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배가 넘는 15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이날 주가가 15% 급등했다. 지난달 말 기준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3177억달러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3198억달러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6위까지 올랐다. 반면 아마존은 이날 장중에는 주가가 3% 올랐지만 장 마감 뒤 이뤄진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나 증가했고, 매출도 357억달러로 22% 늘었지만 기대치가 높아진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한 탓이었다. 아마존은 올 들어 주가가 13% 급락했다.

넷플릭스 역시 4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주가가 20% 폭락하며 100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미국의 경영전문잡지 포천은 “넷플릭스가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시장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에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알파벳도 올 들어 주가가 2%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우지수가 지난달에만 5% 폭락하는 약세장 속에서도 지난해 주가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수 하락을 막아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시장점유율 등 ‘3박자’ 갖춰

투자분석 사이트인 작스닷컴은 최근 팡 기업의 공통점으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거대한 성장잠재력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꼽은 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4분기 매출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269개 매장 폐쇄를 결정한 월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 이어 올해 중국까지 목표로 삼은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경우 190개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7500만명에 육박하고 4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18억달러와 4300만달러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인터넷·IT부문 대표주자로 등장

페이스북도 월평균 활동 사용자가 16억명에 달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사실상 평정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전체 매출도 179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4% 증가하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구글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검색엔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모바일 광고사업 외에 무인자동차와 에너지,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여행 등 지주회사 알파벳을 통해 추진 중인 다양하고 광범위한 신사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해 재상장한 뒤 3개월 만에 주가가 100달러, 20% 가까이 급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파벳이 관여하는 신사업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40대 초반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페이지가 구글의 경영구조를 단순화해 연간 600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실험적인 신규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