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독일 뒤셀도르프, 건축 명장들 손길 거쳐 새 옷 갈아입은 '아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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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서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주도인 뒤셀도프르는 다소 낯설다. 다른 유럽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천년고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 아니기에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의 축을 디자인과 예술로 옮긴다면 볼거리,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건축 거장들의 각축장 된 오래된 항구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독일 파견 광부가 돼 고향을 떠나 처음 발을 디딘 뒤셀도르프는 옛날 독일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 도시의 중심이 항구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곳에서 석탄과 철을 끊임없이 유럽 전역으로 나르기 바빴다. 호시절도 잠시, 산업이 쇠퇴하면서 항구는 버려졌다.
1989년부터 항구에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정부는 항구를 중심으로 건축 분야 거장들의 건물을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다. 프랭크 게리, 윌리엄 알솝, 데이비드 치퍼필드, 스티븐 홀, 후미히코 마키 등이 참가해 항구 주변에 새로운 좌표를 세웠다. 허물지 않은 옛 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해 활기를 더한 작가도 있다. 슈투트가르트 출신 아티스트인 로잘리는 벽면을 기어오르는 사람을 형형색색의 고무 소재로 형상화했다. 허름한 창고이던 로겐도르프 하우스는 로잘리의 손길을 거쳐 뒤셀도르프의 명물이 됐다. 거장들이 건축한 건물에는 방송, 통신,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업의 사무실이 들어섰고 카페, 레스토랑 등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항구는 새롭게 태어났다. 석탄 창고로 여겨지던 항구는 ‘미디어 하버’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세계 어느 곳보다 세련된 정취를 뽐내는 지역이 됐다. 라인강변을 따라 산책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1982년 지은 방송탑인 라인타워에 오르면 미디어 하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쾰른 대성당까지 보인다고 하니 행운이 함께하길.
이곳에는 독일 최고 예술학교인 뒤셀도르프예술학교(The Dusseldorf Art Academy)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양철북’의 저자이자 조각, 판화,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예술가인 권터 그라스, 한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 백남준, 전위적인 조형물과 퍼포먼스의 거장인 요셉 보이스 등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독일 예술가들의 산실로, 뒤셀도르프가 산업의 중심에서 예술의 중심으로 옷을 갈아입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 셈이다. 맥주도 예술 … 알트비어의 본가
독일에서 맥주를 안 마신다는 것은 뭐랄까…, 루브르까지 들어가서 모나리자를 안 보는 것, 내지는 남태평양의 섬에서 바다에 발을 담그지 않는 것 이상으로 황망하고 경악스러운 일이다.
뒤셀도르프는 알트비어의 본고장이다. 올드비어라는 뜻을 가진 이 맥주는 상명 발효 방식으로 만든, 라거 이전의 맥주다. 알트비어를 맛보려면 옛 시가지로 가야 한다. 유럽 내 다른 도시의 옛 시가지에 비해 규모는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한 집 건너 펍과 양조장이 들어선 결과 그 수만 260여개. 야외 테라스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알트비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하다. 옛 시가지 전체를 ‘세계에서 가장 긴 펍’이라고 자칭할 만하다. 100년 역사의 ‘펍 퓌츠헨’과 1862년부터 성업 중인 ‘우이리게’가 유명하다.
안주는 또 어떤가. 소시지는 기본 이상으로 맛이 좋고 돼지 앞다리살로 요리한 학센, 감자로 만든 독일식 팬케이크인 아리베쿠헨, 소고기를 와인과 식초에 절여 구운 아리니셔 사우어 브라텐 등 독일 전통 음식의 맛도 일품이다. 아름다운 쇼핑거리, 쾨니히스 알레
옛 시가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쾨니히스 알레는 ‘왕의 길’이라는 뜻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슈타트그라벤 수로를 중심으로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길을 따라 수십개의 명품 매장이 들어섰다.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 상점, 예술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곳곳에 많다. 뒤셀도르프 최대의 쇼핑거리지만 번잡하지 않아 시끌벅적한 옛 시가지를 벗어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고 싶을 때 둘러보기 좋다.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수로 주변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쇼핑거리라지만 쇼핑공원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모양새를 갖췄다.
쾨니히스 알레가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조각가 크리스토프 푀겔러의 작품이 거리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5년 동안 작가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기둥을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기둥 위에 사진가,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키스하는 연인 등의 조각상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멀리서 보면 기둥 위에 사람들이 서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깜짝 놀랄 정도다.
■ 여행 정보
뒤셀도르프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경유해야 한다. 암스테르담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차로도 이동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두 시간 안팎의 거리다.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겨울이지만 비교적 포근한 날씨로 영상 10도 안팎이다. 해가 짧고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낮다. 영어 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세계적 거장들의 건축물 앞에서 지식 없이 감탄만 하다 돌아오기 싫다면, 출발 전 작가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공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뒤셀도르프=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건축 거장들의 각축장 된 오래된 항구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독일 파견 광부가 돼 고향을 떠나 처음 발을 디딘 뒤셀도르프는 옛날 독일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 도시의 중심이 항구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곳에서 석탄과 철을 끊임없이 유럽 전역으로 나르기 바빴다. 호시절도 잠시, 산업이 쇠퇴하면서 항구는 버려졌다.
1989년부터 항구에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정부는 항구를 중심으로 건축 분야 거장들의 건물을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다. 프랭크 게리, 윌리엄 알솝, 데이비드 치퍼필드, 스티븐 홀, 후미히코 마키 등이 참가해 항구 주변에 새로운 좌표를 세웠다. 허물지 않은 옛 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해 활기를 더한 작가도 있다. 슈투트가르트 출신 아티스트인 로잘리는 벽면을 기어오르는 사람을 형형색색의 고무 소재로 형상화했다. 허름한 창고이던 로겐도르프 하우스는 로잘리의 손길을 거쳐 뒤셀도르프의 명물이 됐다. 거장들이 건축한 건물에는 방송, 통신,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업의 사무실이 들어섰고 카페, 레스토랑 등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항구는 새롭게 태어났다. 석탄 창고로 여겨지던 항구는 ‘미디어 하버’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세계 어느 곳보다 세련된 정취를 뽐내는 지역이 됐다. 라인강변을 따라 산책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1982년 지은 방송탑인 라인타워에 오르면 미디어 하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쾰른 대성당까지 보인다고 하니 행운이 함께하길.
이곳에는 독일 최고 예술학교인 뒤셀도르프예술학교(The Dusseldorf Art Academy)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양철북’의 저자이자 조각, 판화,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예술가인 권터 그라스, 한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 백남준, 전위적인 조형물과 퍼포먼스의 거장인 요셉 보이스 등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독일 예술가들의 산실로, 뒤셀도르프가 산업의 중심에서 예술의 중심으로 옷을 갈아입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 셈이다. 맥주도 예술 … 알트비어의 본가
독일에서 맥주를 안 마신다는 것은 뭐랄까…, 루브르까지 들어가서 모나리자를 안 보는 것, 내지는 남태평양의 섬에서 바다에 발을 담그지 않는 것 이상으로 황망하고 경악스러운 일이다.
뒤셀도르프는 알트비어의 본고장이다. 올드비어라는 뜻을 가진 이 맥주는 상명 발효 방식으로 만든, 라거 이전의 맥주다. 알트비어를 맛보려면 옛 시가지로 가야 한다. 유럽 내 다른 도시의 옛 시가지에 비해 규모는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한 집 건너 펍과 양조장이 들어선 결과 그 수만 260여개. 야외 테라스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알트비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하다. 옛 시가지 전체를 ‘세계에서 가장 긴 펍’이라고 자칭할 만하다. 100년 역사의 ‘펍 퓌츠헨’과 1862년부터 성업 중인 ‘우이리게’가 유명하다.
안주는 또 어떤가. 소시지는 기본 이상으로 맛이 좋고 돼지 앞다리살로 요리한 학센, 감자로 만든 독일식 팬케이크인 아리베쿠헨, 소고기를 와인과 식초에 절여 구운 아리니셔 사우어 브라텐 등 독일 전통 음식의 맛도 일품이다. 아름다운 쇼핑거리, 쾨니히스 알레
옛 시가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쾨니히스 알레는 ‘왕의 길’이라는 뜻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슈타트그라벤 수로를 중심으로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길을 따라 수십개의 명품 매장이 들어섰다.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 상점, 예술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곳곳에 많다. 뒤셀도르프 최대의 쇼핑거리지만 번잡하지 않아 시끌벅적한 옛 시가지를 벗어나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고 싶을 때 둘러보기 좋다.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수로 주변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쇼핑거리라지만 쇼핑공원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모양새를 갖췄다.
쾨니히스 알레가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조각가 크리스토프 푀겔러의 작품이 거리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5년 동안 작가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기둥을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기둥 위에 사진가,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키스하는 연인 등의 조각상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멀리서 보면 기둥 위에 사람들이 서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깜짝 놀랄 정도다.
■ 여행 정보
뒤셀도르프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경유해야 한다. 암스테르담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차로도 이동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두 시간 안팎의 거리다.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겨울이지만 비교적 포근한 날씨로 영상 10도 안팎이다. 해가 짧고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낮다. 영어 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세계적 거장들의 건축물 앞에서 지식 없이 감탄만 하다 돌아오기 싫다면, 출발 전 작가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공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뒤셀도르프=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