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음식의 맛, 아는 만큼 달달하죠"
“저의 지론은 ‘음식은 아는 만큼 맛있다’는 겁니다. 무슨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알고 먹으면 맛을 더 음미하며 즐길 수 있어요. 단순히 맛집을 열거하는 대신 주변에 흔한 음식을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명인들의 음식을 소개하면 골목상권을 살리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고요.”

지난 28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식당 주인들의 우상’으로 불리는 그는 SBS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 MC를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백 대표의 맛집 기행과 명인들의 조리 시연을 보여주는 ‘쿡방’을 조합한 독특한 형식으로 인기다. 매주 음식 하나를 주제로 선정하고, 관련 맛집 세 곳의 명인을 스튜디오에 초대한다. 명인은 각자의 비결대로 음식을 만들어 방청객에게 제공한다. 지난해 8월 방영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며 최근 6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시청자가 모르는 것을 알려줘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는 만큼 맛있다’는 포괄적인 의미가 있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라면을 먹을 때 김치나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 것은 다들 알잖아요. 하지만 먹기 전에 누군가가 ‘금방 끓여낸 라면에 아삭한 김치를 살짝 올려서 먹으면 참 맛있다’고 말해주면 좀 더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어요. 이미 잘 알려진 음식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먹자는 거죠. 가끔은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요.”
[인터뷰]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음식의 맛, 아는 만큼 달달하죠"
백 대표는 “삼겹살 떡볶이 국수 해장국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다루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많이 알려진 음식이지만 재료나 조리법에 미묘한 차이를 둬서 생각보다 다양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회 주제 음식이 정해지면 프로그램 작가들이 전국의 맛집 50여개를 조사해 찾는다. 이미 장사가 잘되는 집은 방송 출연을 고사하기 일쑤다. 오랫동안 가게를 지켜온 명인이 방송 출연 때문에 가게를 비울 수는 없다며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작가들이 식당 부엌에 들어가 주인과 함께 양파 껍질을 벗기며 온종일 설득하기도 한다.

백 대표는 작가들이 선정한 8~9개 맛집을 돌며 촬영하고, 세 곳의 명인을 최종 섭외한다. 회당 약 두 달이 걸리는 작업이다. 지난 15일 방영한 해장국 편을 찍을 때는 경기 수원, 전남 목포, 강원 인제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새벽 3시에 해장국을 먹으며 촬영하기도 했다.

“1주일에 3~4일, 많으면 5일 정도 맛집 탐방을 다닙니다. 몸도 피곤하고 본업에도 약간 무리가 가죠. 외식업자인 제가 다른 맛집을 찾아다니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제 사업이 방송 덕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백 대표는 자신에 대해 “방송인은 맞지만, 연예인은 아니다”며 음식 관련 방송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외식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소비자가 음식에 대해 아는 게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요리가 어떤 과정과 노력을 거쳐 나오는지 알면 소비자가 식당을 존중하게 되고, 식당은 소비자에게 잘하면서 외식문화 전체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그는 “음식이 방송을 타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명인의 가게만 뜰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골목상권 전체가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치킨을 주제로 방송하면 다음날 전국적으로 치킨이 좀 더 팔리고, 유명한 가게가 있는 골목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장기적으로는 상권 전체의 매출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금요일 오후 11시25분에 방영하던 이 프로그램은 30일부터 방영 시간을 토요일 오후 6시10분으로 옮긴다. 심야에서 주요 시간대로 ‘승진’한 셈. MBC의 ‘무한도전’과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장수 프로그램과 맞붙는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대라 부담도 느끼지만 시청률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밥 먹는 시간인 초저녁에 음식 방송을 하게 돼서 좋을 뿐이에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음식에 집중하려고요. 많은 사람에게 더 다양한 맛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