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에서 해외 쇼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면세점 대전’이 치열하지만, 한국 면세점산업은 ‘5년 시한부 허가제’라는 규제에 막혀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심사에서 탈락해 올 상반기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은 직원 고용승계와 입점업체 보상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롯데 직원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고, 일부 입점업체는 관세청에 “멀쩡히 영업을 잘하던 면세점을 폐점시키는 것은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2014년에 매장당 수억원씩 들여 인테리어 새단장 공사를 마친 워커힐 입점업체들은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시내면세점 제도는 미국, 영국, 호주, 태국, 싱가포르 등 10여개국에 있다. 하지만 특허(특별허가) 형태로 사업권을 주되,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업권을 갱신해주고 있다.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운영을 잘했다면 사업권을 지속해서 보장받는 구조다. 이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안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 신라 등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4년 8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란 속에 정치권은 면세점 사업권을 ‘재벌 특혜’로 낙인 찍었고, 2012년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은 면세점 사업권을 5년마다 원점에서 재심사하도록 했다.

이렇게 도입된 ‘5년 시한부 면세점’은 운영업체의 중장기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고, 협상력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 문을 연 HDC신라, 한화 면세점과 개장을 앞둔 두산, 신세계 면세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같은 ‘핵심 명품’ 매장이 필수지만 명품업체들은 “몇 년 뒤 문을 닫을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