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시장이 정체상태에 빠짐에 따라 국내 전자·정보기술(IT) 부품 회사들도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해온 분야가 스마트폰 부품이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주문 자체가 늘지 않을 뿐 아니라 저가폰 부상 등으로 단가 인하 압력마저 거세다. 이로 인해 부품 업계는 ‘레드오션’으로 변해버린 스마트폰 부품시장에서 벗어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부품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8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670억원)보다 40.7%나 감소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해온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하락한 탓이다. 이 회사는 애플 아이폰에 메모리를 납품하고 있다.

김준호 사장은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모바일 기기 수요 둔화 등으로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1% 감소하고 평균 판매가(ASP)는 10%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의 ASP도 15% 떨어졌다.

이는 부품 업계의 공통적 현상이다. 애플 아이폰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6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3% 줄었다. 애플과 LG전자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등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의 영업이익도 451억원으로 22.3% 감소했다.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는 영업손실이 80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스마트폰시장이 한계에 이르자 이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의 전자화 및 전기차 부상 등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을 빨리 선점할 필요도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카메라모듈 매출은 11% 줄었지만, 전장부품사업에선 조향·제동 모터, 차량용 카메라 등의 판매 확대로 매출이 25%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시장의 성장 둔화에 따라 부품 수요가 감소했고 글로벌 경쟁이 한층 심화됐지만, 전장부품 등 신성장동력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가 작년 4분기 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VC사업본부가 영업이익을 낸 건 처음이다. 삼성SDI는 스마트폰 배터리 매출은 감소했으나, 중대형 전지에서 중국 전기차 고객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매출을 늘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