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빈집 100만 가구 (1)] 뉴타운까지 비어가는 일본…820만가구 버려져
주택보급률이 110%를 웃도는 일본에선 방치되고 있는 빈집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일본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빈집은 전체의 13.5%(약 820만가구)에 이른다. 지방뿐만 아니라 도쿄 등 대도시에서도 매년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1960~1970년대 대도시 인근에 지어진 신도시 ‘뉴타운’에도 빈집이 많다. 2008년부터 일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데다 뉴타운이 ‘노인 거주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청·장년 세대가 이탈한 영향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부 신도시에선 빈집이 많은 탓에 시설 관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빠르게 노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받은 주택이 팔리지 않고, 재건축을 하자니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집주인이 방치하는 곳도 많다. 입지가 나쁜 곳일수록 그렇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면 고정자산세 등 세금 부담이 늘기 때문에 더욱 손대기 어렵다. 일본은 65세 이상 세대주 비율이 전체의 40%를 넘는 등 고령화가 심각해 빈집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빈집은 붕괴나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 쓰레기가 방치돼 악취를 풍기고 범죄 장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지자체들은 도심 피난시설 주변의 빈집을 재해 대비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아동보호시설을 나온 어린이·청소년에게 임대해주면 정부가 소유자에게 경비 일부를 보조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학생들의 학습지원 장소 등으로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규제 완화를 통해 일정 요건을 갖춘 빈집을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 등 숙박업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작년 일본 정부는 빈집 문제를 행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공가대책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지자체가 안전, 위생·미관상 문제 등으로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빈집에 개선 권고, 철거명령, 대리집행 등의 행정조치를 하도록 했다. 소유자가 행정 조치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