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의 A지점은 지난 1주일 내내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로부터였다.

‘ELS 공포’가 은행권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은행들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어 특정금전신탁이나 펀드에 ELS를 넣은 주가연계신탁(ELT)이나 주가연계펀드(ELF) 상품을 팔고 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ELS와 손익구조가 같다.

지난해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ELT와 ELF 판매액은 31조67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잔액도 28조원이 넘는다. 은행들이 판매한 ELT와 ELF는 대부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3년짜리 상품이다. 상당수는 홍콩H지수가 13,000~14,000선을 오르내리던 지난해 4~7월 사이에 팔린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15조원어치의 ELT와 ELF를 팔았다. 특히 국민은행은 대부분 ‘녹인(knock-in)’ 구간을 설정한 ELT·ELF 상품을 팔았다. 지수가 한 번이라도 사전에 정한 지점(녹인 시작점) 이하로 떨어져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등하지 못하면 원금이 떼이는 상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 발생 가능성을 물어보는 투자자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녹인 구간에 들어섰더라도 만기 때 지수가 계약 시점의 70% 선을 회복하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각각 6조6700억원, 6조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했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어치를 팔아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었다. 신한·KEB하나·우리은행은 국민은행과 달리 모든 판매 상품을 ‘노녹인(no knock-in)’ 구조로 설계했다. 노녹인은 별도로 손실 구간을 설정하지 않은 상품이다. 만기 시점 상환 조건(가입 시점의 60% 안팎)을 충족했는지를 따져 약속한 원리금을 줄지, 원금을 뗄지를 결정한다. 녹인이든, 노녹인이든 지수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이태명/김은정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