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이 곧 장수 비결"…오래된 일본 업체들 한목소리
차별화 전략은 '고급화'…100년 넘은 기업 2만개 넘어
모찌(일본 찹쌀떡) 전문업체 오타베가 일본 교토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38년. 이 업체의 모찌는 교토 명물로 꼽힌다. 한 해 매출은 70억엔(약 725억원)에 달한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카이 히로아키 사장은 “78년밖에 안 된 신생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사카이 사장은 “교토엔 1000년 넘은 떡집(이치와)이 있고 맞은편엔 400년 된 떡집(가사리야)이 있는데 400년 된 가게 주인조차 1000년 된 가게를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97년 된 고등어초밥 가게 이요마타도 마찬가지다. 20대 사장인 도요타 마타시게는 “앞으로 400년은 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오래된 기업이나 가게를 일본에선 ‘시니세(老鋪)’라고 이른다. 일본의 시니세는 2만7300여개에 달한다. 세계 1위다. 1000년 넘은 곳도 7개나 된다. 반면 한국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7개에 불과하다.
국내 중소상공인 10명은 지난 17~20일 중소상공인희망재단과 함께 시니세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시니세 대표들은 ‘다마시이(魂·혼)’를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장인정신이다. 고등어초밥집 이요마타는 일본 전역에 있는 지하철 매장에 대규모 납품을 해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직장인이 출퇴근하며 초밥을 샀다가 때를 놓치고 늦게 먹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때 맛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손님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사장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맛에 실망하면 손님 전부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사카이 사장도 “건조쌀을 며칠 동안 두고 쓰는 업체와 달리 생쌀과 팥앙금을 매일 공급해 와 모찌를 직접 손으로 만든다”며 “오랜 시간 변치 않고 좋은 원료를 고집하며 정성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도쿄에 있는 이쑤시개 가게 ‘사루야’는 313년 된 업체로, 비단주머니에 이쑤시개 두 개씩을 넣어 판매한다. 가격은 두 개 기준 120엔 정도다. 사루야의 이쑤시개는 길이가 다양하다. 짧은 건 앞니용, 긴 건 어금니용이다. 모찌 등을 찍어먹는 이쑤시개도 따로 제작했다.
≪일본의 상도≫ 저자 홍하상 교수는 “꼭 필요한 물건을 더 고급스럽고 세분화해서 만들자는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니세를 둘러본 권혁환 스킨블루 대표는 “시장에 있는 한 시니세에서 600엔짜리 소주 한 병을 샀는데 포장을 9번이나 해줬다”며 “시장 제품이 백화점에서 산 명품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교토=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