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 "ETF에 미래 걸었다…3강체제 진입할 것"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체제로 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판도를 KB가 포함된 ‘3강’ 체제로 재편해나갈 것입니다.”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최우선으로 세운 경영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KB자산운용은 펀드매니저들이 주식 등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시장의 전통 강자다. 그렇지만 올해는 패시브펀드인 ETF 부문을 핵심 사업 분야로 정하고 총력을 쏟고 있다.

이 사장은 “저금리 현상으로 단 1bp(0.01%포인트)의 비용도 아깝다는 소비자가 많다”며 “길게 보면 평균 수수료(평균 0.25%)가 낮은 ETF가 재테크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TF는 주식형 펀드와 달리 인덱스(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한 번 구조를 짜면 운용하는 데 큰돈이 들지 않아 수수료도 낮다. 그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KB자산운용의 미래도 없다는 걸 임직원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국내 ETF 시장에서 2~3년 내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ETF 시장은 순자산 기준으로 49.60%(지난 20일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24.05%)과 KB자산운용(7.22%)이 뒤를 잇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업계가 전반적으로 인력을 줄이는 분위기에도 지난해 하반기 삼성자산운용 출신 홍융기 상무 등 5명을 영입하고 ETF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 사장은 또 공모펀드 중심의 회사 수익 구조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KB자산운용의 매출은 대부분 대체투자(18%)와 주식형·채권형 펀드 수수료(59%)에서 나온다. 그는 “액티브펀드에선 아무리 노력을 쏟아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공모펀드와 대체 투자, ETF 수익이 비슷한 비율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재테크 시장의 흐름을 묻는 질문에 “무조건 덜 깨지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1990년대엔 고수익·고위험 상품 투자가 옳았지만 저성장 시대엔 철저히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며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이 사장은 지난해 안정성을 강조하는 채권혼합형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밀었고, 이는 1년 동안 수탁액이 3조원이나 증가하는 ‘대박’을 쳤다.

이 사장은 또 “앞으로는 자산운용사도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의 정보를 넣으면 미리 짜여진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일종의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 시스템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해선 중국도 결국 위안화 가치 절하를 통한 글로벌 환율전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지난해 6%대 성장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위안화 절하는 수출경합도가 높은 한국 기업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대형 제조업보다는 바이오,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