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살면서 잡지사에 다니는 정수영 씨(41)는 전형적인 ‘골드미스’다. 40대지만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케이블 패션채널을 틈틈이 시청한다. 즐겨입는 옷은 분홍색 펜슬 스커트. 최근 아이돌 걸그룹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투톤 염색’ 머리도 했다. 주황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으로 물든 그의 머리스타일은 누가봐도 ‘핫’하다. 정씨는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솔로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솔로족이 아니다. 서울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는 ‘골드세대’ ‘산업예비군’ ‘불안한 독신자’ ‘실버세대’ 네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정씨와 같은 골드세대는 전문직 화이트칼라 중심의 30~40대로 시장 변화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주도한다.

반대로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박모씨는 ‘우울한 싱글’이다.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백수 신세다. 대학생 때부터 살던 자취방에서 지내는 그는 부모에게 용돈을 받거나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아 취업준비만 2년째다. 박씨처럼 취업시장에서 직장을 찾고 있는 1인가구는 산업예비군 집단이다. 대부분 청년 실업자이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계층으로 대학가나 고시촌에서 주로 생활한다. 유복하게 자란 경우가 많고 3D업종 등 힘든 일을 기피한다.

가족이 해체돼 혼자 살아가는 중·장년층인 불안한 독신자 집단도 있다. 부인과 자식을 해외에 보내고 혼자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 원래는 가정을 꾸려 살다가 이혼해 1인 가구가 된 ‘돌싱(돌아온 싱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중·장년층이 명예퇴직 등으로 실직하면서 불안한 독신자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버세대는 전통적 가족관이 무너지면서 대두됐다. 아들 며느리 등과 같이 살았던 노인세대가 이제는 1인가구로 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력이 있는 고소득 노인집단은 실버산업의 주 소비계층으로 안락하게 여생을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산다고 해서 ‘노노족(NO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포츠 등 취미생활을 즐기고 사회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반면 홀몸노인 등 수입이 낮고 주거지가 불안정한 빈곤 노인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산다. 주로 기초연금·기초생활수급 등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될 경우 고독사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 같은 노인 양극화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4년 사이 중위소득의 150% 이상을 버는 고소득 노인가구와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버는 저소득 노인가구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