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 ‘빅3’와 미국자동차노조(UAW)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지난해 노동 유연성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회사는 파견·시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율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그 대신 8년 만에 첫 임금 인상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 자동차 노사가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기로 합의한 것은 작년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임단협에서는 기존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절반 수준인 신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이중 임금제’를 도입했다. 2011년에는 기본급 자동 인상을 폐지하고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자율적인 노동개혁은 성공적이었다. ‘빅3’의 북미지역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775만대에서 2014년 1023만대로 늘어났다. ‘빅3’ 본사와 공장이 모여 있는 디트로이트 지역의 실업률은 같은 기간 12.6%에서 5.1%로 내려갔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증가로 협력업체 등 지역 고용까지 늘어났다. 2·3차 협력사에서 1차 협력사로, 다시 완성차 업체로의 인력 이동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근무 조건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한국에서도 노동개혁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저(低)성과자를 내보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반 해고’는 노동계의 ‘쉬운 해고’ 주장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선제적인 노동개혁을 단행한 독일과 일본은 위기를 넘기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미국은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하고 나서야 자율적인 노동개혁에 들어갔다. 한국도 주력 산업이 무너져야만 노동개혁을 시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디트로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