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질주' 한국 세 기업의 비결] 중국 기업이라해도 믿을 만큼 현지화…이랜드·아모레·오리온 대륙의 마음 꿰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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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주재원 모두 중국 관련책 100권씩 독파
193개 도시 골목 훑으며 '밑바닥 공부'
아모레퍼시픽
상하이법인장 등 핵심 요직에 중국인 앉혀
5200명 피부 연구…여심 깊숙히 파고들어
오리온
과자 이름·맛도 '차이나풍'으로 맞춤공략
"현지인 존중" 중국법인 직원 99% 중국인
주재원 모두 중국 관련책 100권씩 독파
193개 도시 골목 훑으며 '밑바닥 공부'
아모레퍼시픽
상하이법인장 등 핵심 요직에 중국인 앉혀
5200명 피부 연구…여심 깊숙히 파고들어
오리온
과자 이름·맛도 '차이나풍'으로 맞춤공략
"현지인 존중" 중국법인 직원 99% 중국인
“여성복 코너인 2층에 90여개 브랜드가 있는데 매출 1~3위가 모두 이랜드 브랜드입니다. ‘스코필드’ ‘EnC’ ‘로엠’이 해외 브랜드를 제치고 상위권을 꽉 잡고 있죠.”
중국 상하이 푸둥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인 바바이반. 지난 15일 찾은 이 백화점에는 이랜드 브랜드만 23개가 들어서 있었다. 곰 그림으로 유명한 ‘티니위니’와 국내에선 잊혀진 ‘헌트’ 등도 노른자위 매장을 꿰찼다. 지난해 중국 내 249개 도시, 7700여개 매장에서 2조6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랜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상하이 경제 중심지인 난징둥루에 있는 화장품 매장 중 최대 규모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장은 20대 여성 소비자로 붐볐다. 시내 곳곳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는 오리온의 ‘초코파이’ ‘오감자’가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오리온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 세 기업은 1990년대 초반 현지법인을 세운 뒤 10년 넘게 현지 시장을 연구한 끝에 2000년대 들어 빛을 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급증 버리고 ‘밑바닥 공부’부터
이들의 성공 비결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오랫동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이랜드는 중국에 직원을 파견할 때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도록 한다. 최종양 중국법인 대표는 진출 초기에 6개월 동안 버스와 기차를 타고 193개 도시를 돌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훑었다. 주요 도시별 유통망 현황과 소비자 특성을 정리한 당시 자료는 중국사업의 기초자료가 됐다. 이랜드의 중국 매출은 2000년 9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1조원, 2013년 2조원을 돌파했다.
오리온은 베이징사무소를 낸 이후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5년 동안 시장조사만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대학·병원들과 함께 중국 여성 5200여명의 피부 특성을 연구했다. 최 대표는 “방대한 인구만 보고 무턱대고 덤비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중국은 지역마다 색깔이 다른 만큼 어떤 나라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잘 아는 인재’ 적재적소 배치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은 중국법인 직원이 6500여명씩 있지만 한국인은 50명이 채 안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선양에 이어 2000년 상하이지사를 세우면서 법인 대표로 중국인 여성을 앉혔다. 이랜드도 해마다 5000명 넘는 중국인을 채용하고, 우수직원을 뽑아 한국 연세어학당 등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인사정책에서 현지인을 우대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중국인은 1000년 넘게 세계를 제패했던 민족”이라며 “사업을 논하기 전에 관계부터 잘 맺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인을 존중하고 ‘진정성’을 담아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매년 중국 대형 유통업체 오너 50여명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선물하며 가족 같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품·마케팅 철저한 현지화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하오리요우(好麗友)’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친구 간의 우정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심리를 겨냥했다. 지난해 한국 과자 최초로 중국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오감자’는 국내에는 없는 토마토, 스테이크, 치킨맛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칸타월드패널은 중국에서 연간 1억100만가구가 오리온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랜드 역시 중국에서는 ‘옷을 사랑한다’와 발음이 비슷한 ‘이롄(衣戀)’으로 불리고 있다.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맞춰 매장 로고 색상을 빨간색으로 정했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활용한 ‘티니위니’를 연매출 5000억원대의 대형 브랜드로 키워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여성들이 수분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라네즈 수면 팩’ 등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이랜드는 2~3년 안에 패션부문의 중국 매출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미 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55%)이 한국(32%)을 넘어섰다.
상하이=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중국 상하이 푸둥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인 바바이반. 지난 15일 찾은 이 백화점에는 이랜드 브랜드만 23개가 들어서 있었다. 곰 그림으로 유명한 ‘티니위니’와 국내에선 잊혀진 ‘헌트’ 등도 노른자위 매장을 꿰찼다. 지난해 중국 내 249개 도시, 7700여개 매장에서 2조6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랜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상하이 경제 중심지인 난징둥루에 있는 화장품 매장 중 최대 규모인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장은 20대 여성 소비자로 붐볐다. 시내 곳곳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는 오리온의 ‘초코파이’ ‘오감자’가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오리온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 세 기업은 1990년대 초반 현지법인을 세운 뒤 10년 넘게 현지 시장을 연구한 끝에 2000년대 들어 빛을 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급증 버리고 ‘밑바닥 공부’부터
이들의 성공 비결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오랫동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이랜드는 중국에 직원을 파견할 때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도록 한다. 최종양 중국법인 대표는 진출 초기에 6개월 동안 버스와 기차를 타고 193개 도시를 돌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훑었다. 주요 도시별 유통망 현황과 소비자 특성을 정리한 당시 자료는 중국사업의 기초자료가 됐다. 이랜드의 중국 매출은 2000년 9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1조원, 2013년 2조원을 돌파했다.
오리온은 베이징사무소를 낸 이후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5년 동안 시장조사만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대학·병원들과 함께 중국 여성 5200여명의 피부 특성을 연구했다. 최 대표는 “방대한 인구만 보고 무턱대고 덤비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중국은 지역마다 색깔이 다른 만큼 어떤 나라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잘 아는 인재’ 적재적소 배치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은 중국법인 직원이 6500여명씩 있지만 한국인은 50명이 채 안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선양에 이어 2000년 상하이지사를 세우면서 법인 대표로 중국인 여성을 앉혔다. 이랜드도 해마다 5000명 넘는 중국인을 채용하고, 우수직원을 뽑아 한국 연세어학당 등에서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인사정책에서 현지인을 우대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중국인은 1000년 넘게 세계를 제패했던 민족”이라며 “사업을 논하기 전에 관계부터 잘 맺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인을 존중하고 ‘진정성’을 담아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매년 중국 대형 유통업체 오너 50여명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선물하며 가족 같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품·마케팅 철저한 현지화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하오리요우(好麗友)’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친구 간의 우정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심리를 겨냥했다. 지난해 한국 과자 최초로 중국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오감자’는 국내에는 없는 토마토, 스테이크, 치킨맛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칸타월드패널은 중국에서 연간 1억100만가구가 오리온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랜드 역시 중국에서는 ‘옷을 사랑한다’와 발음이 비슷한 ‘이롄(衣戀)’으로 불리고 있다.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맞춰 매장 로고 색상을 빨간색으로 정했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활용한 ‘티니위니’를 연매출 5000억원대의 대형 브랜드로 키워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여성들이 수분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라네즈 수면 팩’ 등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이랜드는 2~3년 안에 패션부문의 중국 매출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미 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55%)이 한국(32%)을 넘어섰다.
상하이=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