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는 최근 1년 최저가를 전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타격(순이익 감소)이 저유가 효과(유류비 절감)를 넘어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유가로 '비상'하나 했더니…강달러에 '비상착륙'한 항공주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5일 1.38% 내린 2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부터 최근 1년 최저가를 연일 다시 쓰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42.79%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43.18% 떨어지며 최근 1년 최저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제주항공도 상장 후 최저가(15일 종가 3만5950원)로 내려갔다.

저유가로 '비상'하나 했더니…강달러에 '비상착륙'한 항공주
항공주는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로 꼽힌다.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26.22달러로 1년 전 45.48달러보다 42.34% 낮았다.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항공주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환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임대)해 쓰기 때문에 외화(달러)부채가 많다. 달러 강세 땐 그만큼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년 전 107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200원을 넘어섰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32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40억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를 얻게 된다”며 “반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8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7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정비비, 보험비 등의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환율 움직임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은 5771억원의 순손실을 입어 전년(4578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5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비용 항공사들이 앞다퉈 노선 확대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화물 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항공업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는 여객 수요가 그나마 희망적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여객부문에서 미주, 일본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항공주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