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택배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는 올해 약 500억원을 들여 부산 천안 전주 등 전국 5개 지역에 택배 물류센터를 짓는다. 물류센터 건립은 매년 한두 군데에 그쳤지만 배달물량 급증세를 반영해 올해는 투자액을 대폭 확대했다. 박병준 현대로지스틱스 팀장은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주로 사던 생수와 생필품 등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택배회사들의 투자 경쟁이 올해 더 달아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 덕에…택배 4조원 돌파

한국통합물류협회는 14일 지난해 택배 시장 규모가 4조3438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한 해 전 3조9800억원보다 9.2% 늘면서 처음으로 4조원대로 올라섰다. 운반량도 18억1596만상자로 11.8% 증가했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택배 이용 횟수는 연간 67.9회로 집계됐다. 올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물류협회는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활기가 택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온라인 쇼핑 판매액은 43조6045억원으로 유통채널 중 1위에 올랐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큰 대형마트(40조2801억원)를 넘어섰다. 마트에서 주로 사던 신선식품까지도 온라인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티몬 G마켓 등 주요 온라인몰의 신선식품 매출은 한 해 전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불붙은 서비스·기술 전쟁

택배 시장이 커지자 서비스 경쟁도 불붙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의 슈퍼배송 서비스를 전담하는 현대로지스틱스는 다른 계약 건 대비 60% 많은 택배기사를 ‘티몬 전담팀’에 투입했다. 신속배송과 무료반품 서비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박 팀장은 “유통업체 등 대규모 물량을 보유한 화물주와의 계약을 따내려는 택배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편의점 CU는 편의점 매장을 활용한 택배 보관함 서비스를 14일 시작했다. 배송을 원하는 CU 점포를 지정하면 매장 내 보관함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KG로지스도 보관함 형태의 무인택배 서비스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사 스마트큐브와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CJ대한통운은 배송 거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013년 CJ GLS와 대한통운의 합병 이후 배송 구조 등을 전면 개편해 효율을 20%가량 높였다”고 말했다.

◆낮은 단가에 수익성은 악화

물량은 늘었지만 배달 단가는 낮아졌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01년 상자당 3190원이던 택배 단가는 지난해 2392원으로 떨어졌다. 15년 동안 33.3% 낮아진 것이다. 이는 해외 주요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송비가 2500원인 물품이 미국과 일본에선 각각 1만원, 7000원 선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마다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거나 무거운 생수 등을 대량 배송하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서비스 품질까지 높여야 해 수익성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