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의 물건은 다 주인이 있어 내 것 아니면 터럭 하나 취할 수 없네. 오직 시원한 강바람과 산 사이 밝은 달은 소리가 되고 색이 되며, 가져도 막는 이 없고 아무리 써도 줄지를 않네. 조물주의 이 무진장한 보물을 그대와 내가 함께 즐겨보세(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豪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取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者之所共樂).”

옛 선비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소동파의 적벽부 결론 부분이다. 이 세상 모든 물건은 소유자가 있는 것 같지만 청풍명월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요, 누가 더 보거나 더 즐긴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공짜를 주는 신의 손이 있으니 아등바등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자는 것이다.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는 공짜가 있다면 이 세상에서 아귀다툼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물고기가 미끼를 물 듯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흔들린다. 현실은 유한한 물질이 지배하고 있으며, 고상한 이념이나 이상도 결국은 먹을 것을 두고 어떻게 나누느냐에 불과하다. 돈만 있으면 생명도 연장할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공짜는 줄어들고 있다. 옛날 대갓집 잔치는 거지들의 잔치이기도 했다. 공짜이던 물도 요즘은 사먹고 있다.

공짜는 공공재 같다. 공짜가 줄어들수록 인간의 삶은 팍팍해진다. 이웃 간의 정,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 등도 약해진다. 잃어버린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신의 손을 대신해서 공짜를 만들어내면 어떨까. 그것이 기부 아닐까. 미국의 위대함은 기부문화에 있다고 한다. 많은 부자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 99% 기부, 빌 게이츠의 재산 95% 희사, 미국 공공도서관 건립비용의 반을 지원한 앤드루 카네기, 55세 이후 자선사업만 한 록펠러 등….

물론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돈은 생색이 나지 않는다. 받는 사람도 고마워하지 않고 당연시한다. 공동체의 통합에는 기부가 훨씬 낫다. 기부하는 사람은 영혼의 구제를 받고, 받는 사람에겐 감사의 마음이 샘솟는다.

주역의 ‘지천태(地天泰)’ 괘는 화합을 상징한다. 하늘이 겸손하게 땅의 밑에 있어야, 즉 가진 사람이 베풀어야 사회통합이 된다. 경제가 어려워져 힘든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 기부를 늘려보자.

김상규 조달청장 skkim61@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