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균형 완전히 붕괴
1년 반 만에 70% 폭락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전문가들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지난주 유가가 배럴당 16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전망치를 낮췄다. 모건스탠리도 “달러 가치가 5% 오르면 유가는 10~25% 떨어진다”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14년 7월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불과 1년 반 만에 70% 폭락하고, 올 들어서만 18%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컨설팅회사 FGE의 페라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란 원유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3월에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이처럼 바닥 없이 추락하는 원인은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원유 수출국들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수급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WTI 2월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29.93달러까지 하락한 12일(현지시간) 일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비상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단독으로 시장 상황을 뒤집기는 어렵다”며 이를 일축했다.
WSJ는 중국 국영 석유회사들이 “현재 유가 수준에서는 직접 원유를 생산하기보다는 수입하는 편이 더 싸다”며 원유 시추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단기적으론 유가가 추가 급락하겠지만, 하반기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투자은행 38곳이 WTI 평균 가격이 1분기 43.89달러에서 4분기에는 66.30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WSJ는 골드만삭스가 2008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터무니없는 수치로 판명났다며 IB들이 급격히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을 또 다른 매수기회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