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존엄사법)’을 통과시켰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존엄사’가 사회 이슈화된 지 19년 만의 제도화다.
존엄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 항암제 투여, 혈액 투석 등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전혀 없어 의사들은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계속하고, 자식들도 불효자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사망 직전까지 연명 의료를 고집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간 5만여명이 연명 의료 끝에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사망 한 달 전 연명 의료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재정만 연간 3130억원에 달한다.
이날 통과된 존엄사법은 2018년부터 시행된다. 존엄사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로 한정된다. 환자가 ‘임종 과정에 접어들었다’는 의사 두 명의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존엄사가 인정된다. 의식불명 등으로 환자의 뜻을 직접 묻기 어려울 때는 미리 작성해놓은 사전의료의향서나 가족 두 명의 증언 등으로 의사를 추정한다. 다만 이 같은 추정 자료가 없더라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와 자식) 등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가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절차를 거치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하는 의사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불필요한 연명치료 대신 통증 관리와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제도도 확대한다. 지금은 말기 암환자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