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 미디어가 주목하는 화웨이
“샤오미보다 화웨이가 더 위협적이다.” 2014년 중국 신생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급부상하자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그의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 개막 하루 전날인 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100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장사진을 이뤘다. 사전 등록하지 않은 기자들은 참석할 수 없는 행사였다. 그럼에도 행사장 입구부터 늘어선 줄은 100m를 훌쩍 넘었다. 최장 40여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2011년 화웨이는 변변한 시제품조차 없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했다. 전원조차 켜지지 않는 모형을 전시할 정도로 기술력이 형편없었다. 작년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시장 3위에 올랐다. 불과 4~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화웨이는 이날 고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8을 선보였다. 무대에 등장한 케빈 호 화웨이 소비자사업그룹 휴대폰 부문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갤럭시S6, 아이폰6s 등 삼성전자, 애플 최신 제품과 당당히 비교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800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를 돌파했다. 서유럽 중고가 스마트폰시장에선 점유율 60%를 넘어섰다. 중국에서 저가 제품을 팔아 이뤄낸 성과가 아님을 보여줬다.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행사장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대륙의 실수’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위협적인 것은 브랜드력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도 제품력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서였다. 세계 기자들이 화웨이 행사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은 화웨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브랜드에서도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CES 현장에서 만난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력질주하지 않으면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까지 (중국 업체들이) 왔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