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1심 판단 가급적 바꾸지 말라"

"분쟁은 1회적 해결이 바람직"

재판의 권위·신뢰 확보 강조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항소심 재판부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 판단을 바꾸지 말라”고 주문했다. 상급 법원에 올라가도 결론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쉽게 항소·상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 대법원장은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분쟁을 1회로 해결하는 재판이 가장 바람직한 재판”이라며 “이를 위해 사법부는 인적·물적 자원을 1심에 집중하면서 사실심 강화와 1심 충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강화를 전제로 항소심의 역할에 대해서도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항소심 사건은 이미 한 단계의 사법적 판단을 거친 사건이라는 점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미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해 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