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노후·정비인력 부족…저비용항공, 안전사고 '난기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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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정비 인프라
진에어·에어부산 이외는 기체·엔진 정비 시설 없어
기종 노후화도 부담
매출에만 열 올리는 영업
안전 위한 비상구 자리까지 추가요금 받고 팔아
연착·운항취소도 많아
진에어·에어부산 이외는 기체·엔진 정비 시설 없어
기종 노후화도 부담
매출에만 열 올리는 영업
안전 위한 비상구 자리까지 추가요금 받고 팔아
연착·운항취소도 많아
싼 가격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업계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국토교통부가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특별점검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제주항공 항공기가 압력조절장치 고장으로 급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이달 3일엔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진에어 항공기가 출입문 고장으로 이륙 30분 만에 회항하는 사고가 난 데 따른 것이다.
정비시설 턱없이 부족
국내에서 LCC시대는 2005년 티웨이항공(옛 한성항공)이 출범하며 본격 시작됐다. 지금은 LCC가 5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2011년 항공기가 급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012년에는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출발 직후 엔진 두 개 중 한 개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승객들이 탈출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2014년 항공기 결함을 해소하지 않은 채 계속 비행하다 세 차례나 적발돼 과징금(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국내 LCC업계의 운항 1만회당 사고 발생 건수(기체 결함으로 인한 경미한 사고 포함)는 0.63건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0.17건)를 크게 웃돈다. 항공권 가격은 대형 항공사의 70% 안팎이지만, 사고율은 네 배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LCC업계의 정비인프라 부족이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LCC 가운데 국내에서 기체·엔진 정비를 받는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 진에어가 전부다. 독립형 LCC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기체·엔진 정비를 위해 중국 산둥, 대만, 상하이, 홍콩, 브라질,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을 찾아야 한다. 2013년 독립형 LCC들이 해외 업체에 낸 수리비용은 1095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수리비용 때문에 정비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LCC가 보유한 항공기가 전반적으로 노후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11.5년) 진에어(11.8년) 에어부산(14.9년) 이스타항공(14.5년) 티웨이항공(10.3년) 등의 항공기 평균기령은 대한항공(9.4년)과 아시아나항공(9.1년)보다 높다.
영업행태도 불안감 키워
비상구 좌석을 판매하는 등 매출 증대에만 열을 올리는 LCC업계의 영업 관행도 이용객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에어부산을 제외한 네 곳의 LCC는 추가 요금을 받고 비상구 좌석을 팔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비상구 좌석은 항공기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을 도울 수 있는 건장한 승객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업체들은 항공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수익을 올리는 잘못된 영업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객들이 잦은 연착, 취소 및 환급 등 LCC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4년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각 항공사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제주항공이 37건, 진에어 35건, 이스타항공 34건, 아시아나항공 34건, 대한항공 25건, 에어부산 12건, 티웨이항공 10건 등이다. 전체 이용 승객 수를 고려한 피해구제 신청자 비율은 LCC가 대형 항공사보다 크게 높다. 이용자 10만명당 피해구제 건수는 이스타항공(1.18명)이 가장 많다. 이어 진에어(0.97명) 제주항공(0.67명) 티웨이항공(0.35명) 에어부산(0.29명) 아시아나항공(0.19명) 대한항공(0.11명)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구제 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만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LCC업계가 덩치 키우기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정비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개선에 본격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국내에서 LCC시대는 2005년 티웨이항공(옛 한성항공)이 출범하며 본격 시작됐다. 지금은 LCC가 5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2011년 항공기가 급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012년에는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출발 직후 엔진 두 개 중 한 개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승객들이 탈출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2014년 항공기 결함을 해소하지 않은 채 계속 비행하다 세 차례나 적발돼 과징금(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국내 LCC업계의 운항 1만회당 사고 발생 건수(기체 결함으로 인한 경미한 사고 포함)는 0.63건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0.17건)를 크게 웃돈다. 항공권 가격은 대형 항공사의 70% 안팎이지만, 사고율은 네 배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LCC업계의 정비인프라 부족이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LCC 가운데 국내에서 기체·엔진 정비를 받는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 진에어가 전부다. 독립형 LCC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기체·엔진 정비를 위해 중국 산둥, 대만, 상하이, 홍콩, 브라질,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을 찾아야 한다. 2013년 독립형 LCC들이 해외 업체에 낸 수리비용은 1095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수리비용 때문에 정비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LCC가 보유한 항공기가 전반적으로 노후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11.5년) 진에어(11.8년) 에어부산(14.9년) 이스타항공(14.5년) 티웨이항공(10.3년) 등의 항공기 평균기령은 대한항공(9.4년)과 아시아나항공(9.1년)보다 높다.
영업행태도 불안감 키워
비상구 좌석을 판매하는 등 매출 증대에만 열을 올리는 LCC업계의 영업 관행도 이용객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에어부산을 제외한 네 곳의 LCC는 추가 요금을 받고 비상구 좌석을 팔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비상구 좌석은 항공기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승무원을 도울 수 있는 건장한 승객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업체들은 항공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수익을 올리는 잘못된 영업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객들이 잦은 연착, 취소 및 환급 등 LCC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4년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각 항공사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제주항공이 37건, 진에어 35건, 이스타항공 34건, 아시아나항공 34건, 대한항공 25건, 에어부산 12건, 티웨이항공 10건 등이다. 전체 이용 승객 수를 고려한 피해구제 신청자 비율은 LCC가 대형 항공사보다 크게 높다. 이용자 10만명당 피해구제 건수는 이스타항공(1.18명)이 가장 많다. 이어 진에어(0.97명) 제주항공(0.67명) 티웨이항공(0.35명) 에어부산(0.29명) 아시아나항공(0.19명) 대한항공(0.11명)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구제 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만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LCC업계가 덩치 키우기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정비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개선에 본격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