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경절벽' 넘을 묘약, 일자리밖에 없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로, 최근 6분기 만에 처음 1%대로 반등했다. 2010년 2분기(1.7%) 이후 21분기 만에 최고치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2.6% 성장했다. 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전기 대비로는 0.8~0.9%로 다시 1%대를 반납하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3.3%로 오랜만에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꺼풀만 벗겨보면 속살은 다르다. 2분기의 메르스 충격 때문에 3분기에 저절로 수치가 높아진 측면(기저효과)이 크고, 여기에 추경(追更) 효과가 겹치면서 1% 돌파에 성공한 것일 뿐 성장추세 자체가 강화된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4분기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더라도 추경 효과가 강화될 것이기에 0.8~0.9%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추경 효과가 약화되는 내년 1분기에는 또 얼마나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지 걱정이다.

추경을 포함한 재정확대정책은 나랏빚을 내서 건설투자와 소비를 떠받치는 것이다. 저(低)금리 기조는 부동산 경기 부양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증가하고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소비 절벽과 투자 위축을 견뎌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부채가 한꺼번에 급증하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성패는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를 확실히 살리는 데까지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야 가계가 지갑을 열고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며, 그 힘으로 경기회복 추세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체감경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초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경제가 1년 전에 비해 0.2% 후퇴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6%인 것에 비춰보면 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3.2%로 완전고용 수준이지만 국민이 느끼기는 실업률은 15.2%에 달하며, 실제 물가는 0.6% 상승에 그쳤지만 국민들은 3.0%나 올랐다고 인식하고 있다. 체감소득은 -0.1%로 줄어든 반면 교육비나 주거비, 의료비 같은 의무지출은 3.8%나 늘었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3분기 성장률 1.2%에 고무돼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내년 초에 맞닥뜨리게 될지 모를 ‘추경 절벽’과 소비 절벽, 투자 위축은 어떻게든 차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여력을 키우는 것이다. 기업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여건을 개선하고, 연구개발(R&D) 투자로 중무장한 강소기업을 수천수만 개 더 길러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여력을 키우면서 체감실업률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농축수산물과 생필품의 수급을 조절해 체감물가를 안정시키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교육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 의무지출 부담을 덜어주는 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가계의 자산 축적을 돕고 공적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으로 노후소득 보장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국민도 지갑을 열 것이다. 또 정부는 경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넓힐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과도한 불안감과 위기설은 사전 차단하되,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체감도 높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