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점 내에 입점한 올세인츠 매장에서 소비자가 옷을 입어보고 있다.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점 내에 입점한 올세인츠 매장에서 소비자가 옷을 입어보고 있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가구와 신발은 물론 명품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수도권보다 먼저 선보이는 테스트베드(마켓)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부산 부자동네가 있는 데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대형 국내외 행사가 부산에 잇따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 부산전시컨벤션센터,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일대가 전국의 명소로 자리잡은 덕택이다.

몰려드는 국내외 고객을 겨냥해 홈인테리어매장인 한샘과 나이키키즈 매장, 위스키 ‘골든블루’, 팥빙수 ‘설빙’, 베이커리 형태의 삼진어묵 등 프랜차이즈도 국내 최고의 해수욕장인 해운대해수욕장이라는 부산의 지리적, 관광 환경과 지역특화산업의 특성을 잘 살려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면서 성공한 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해외시장까지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의 부자동네 해운대 센텀시티에 있는 한샘 부산센텀점. 이곳 4층 생활용품 매장에 들어서니 소비자들이 그릇세트와 침구 등을 사기 위해 직원과 얘기하고 있었다.

송지헌 한샘 부산센텀점장은 “평일에는 6000여명, 주말에는 1만여명의 손님이 찾으면서 매출이 지난해 700억원에서 올해는 800억원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 상반기 매출 400억원을 올려 서울의 잠실점(340억원), 목동점(305억원)을 제치고 전국 1위 매장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한샘 매장 모습.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한샘 매장 모습.
“부산서 통하면 전국서 통한다”

테스트베드 부산의 역할이 자리잡고 있다. 명품을 서울보다 앞서 부산에서 선보이는 추세다.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 6층에 입점한 ‘나이키 키즈’ 매장은 상반기 4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곳은 지난해 명품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 라메종 월드투어 전시를 국내 최초로 열었다. 프랑스 황실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는 15억원 상당의 럭셔리 주얼리 티아라를 최초로 선보였다.

윤정은 올세인츠 점장은 “부산상권이 부자들이 몰리고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떠오르는 곳으로 분석돼 지난해 첫 매장을 냈다”며 “분석이 적중해 실적도 증가하고, 전국에 매장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양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홍보팀장은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명성을 가진 데다 명품을 선호하는 부자가 많이 포진하고 있고, 수도권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일대 대형 복합건물에 ‘세컨드 개념의 주택’을 마련하면서 전국에서 앞선 부산 명품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시장 진출 성공

골든블루와 팥빙수업체인 설빙, 고봉김밥, 삼진어묵 등 프랜차이즈는 부산에서 성공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시장으로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골든블루는 부산에서 기반을 닦아 서울로 진출해 위스키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골든블루의 홍준의 홍보상무는 “골든블루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유는 특급호텔과 고급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마린시티, 센텀시티에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마케팅한 덕택”이라며 “해운대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사실상 전국의 고급 고객이 몰리는 국내 최대 관광지여서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그 명성을 잘 살려 서울의 중심가를 공략한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분석했다.

골든블루에 부산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국내 양주업계 1, 2위 윈저와 임페리얼이 잇따라 신제품 출시행사를 부산에서 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위스키업계는 부산에서 점유율이 떨어지자 골든블루 약진을 막기 위해 부산에 전국에서 최초로 저도주 ‘윈저 아이스’와 ‘네온’ 등을 출시했다. 이 때문에 ‘저도주가 성공하려면 부산사람들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 관련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디저트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설빙도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 등 전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국 토종 브랜드로 키운 뒤 중국 상하이 등 해외시장도 지속적으로 개척할 정도로 성장했다.

베이커리 방식의 삼진어묵도 부산이 국내 최대 수산도시라는 명성을 잘 살려 빵집과 같은 베이커리 방식의 어묵시스템을 도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도 어묵공장에 어묵전시관을 설립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이라는 점을 알리고 스토리텔링화해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전시관을 들르도록 한 점도 성공의 기반에 큰 역할을 했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바다 생활권을 경험하지 못한 1만여명의 수도권 인력이 부산으로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부산을 은퇴 후 삶을 누리는 꿈의 도시로 생각하는 경향도 부동산과 음식의 전국화를 선도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