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꽃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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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하늘색 안개꽃, 무지개 빛깔 국화,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백합, 온도 따라 색이 변하는 장미…. 꽃잎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염색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육종이나 유전자변형 기술뿐만 아니라 갖가지 색채의 향연으로 해외 바이어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른바 첨단 기술을 접목한 ‘꽃 성형’ 시대다.
지금까지 등장한 꽃 염색 기술은 크게 네 가지. 식물체 줄기로 색을 빨아올리게 하는 ‘물올림법’과 꽃을 염색액에 담가 물을 들이는 ‘침지법’, 식물체에 염료를 링거처럼 주입하는 ‘주사법’, 염색액을 분사하는 ‘스프레이기법’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쉬운 스프레이기법은 표면에 묻은 물감이 날아가거나 벗겨지는 단점 때문에 하급으로 분류된다. 손에 묻은 염료 때문에 선물 받은 사람이 실망하면 ‘성괴(성형괴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요즘은 기술 발달로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고 있다. 한 가지 색만 입힐 수 있는 단일염색에서 여러 가지 색을 동시에 보여주는 복합염색 단계로 발전했다. 몇 년 전 경북대 연구팀이 물올림 원리를 응용해 흰꽃에 4~6가지 색을 구현한 ‘무지개꽃 기술’을 개발한 뒤 일취월장했다. 형광염색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꽃도 나왔다. 컬러 안개꽃과 스타티스는 경매시장에서 1.7배 비싼 값에 팔린다.
지난달에는 꽃잎 아래가 연분홍이고 위로 갈수록 적색이 되는 한국산 장미 ‘딥퍼플’이 도쿄 국제엑스포에서 해외 생산자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장미는 2012년 모스크바 화훼박람회 대상, 2014년 네덜란드 꽃축제 소비자상까지 받았다. 판매량도 2011년 첫해 5만송이에서 지난해 234만송이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13개국에서 264만송이나 팔렸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화훼산업 현주소는 어둡다. 화훼생산액은 2005년 1조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대로 줄었다. 국민 1인당 꽃 소비액도 2만1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스위스(15만원)나 네덜란드(11만원), 일본(10만원)에 비하면 초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36%는 ‘꽃을 돈 주고 사기 아깝다’고 말한다. 먹고살기 빠듯한데 무슨 꽃이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도 크다. 결혼기념일에 큰맘 먹고 꽃을 사 들고 갔다가 “그냥 돈으로 주지, 쓸데없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상상의 꽃으로만 여기던 블루 로즈도, 영롱한 에메랄드빛 안개꽃도 아름다움을 알아줄 사람이 없다면 대체 무슨 소용인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지금까지 등장한 꽃 염색 기술은 크게 네 가지. 식물체 줄기로 색을 빨아올리게 하는 ‘물올림법’과 꽃을 염색액에 담가 물을 들이는 ‘침지법’, 식물체에 염료를 링거처럼 주입하는 ‘주사법’, 염색액을 분사하는 ‘스프레이기법’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쉬운 스프레이기법은 표면에 묻은 물감이 날아가거나 벗겨지는 단점 때문에 하급으로 분류된다. 손에 묻은 염료 때문에 선물 받은 사람이 실망하면 ‘성괴(성형괴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요즘은 기술 발달로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고 있다. 한 가지 색만 입힐 수 있는 단일염색에서 여러 가지 색을 동시에 보여주는 복합염색 단계로 발전했다. 몇 년 전 경북대 연구팀이 물올림 원리를 응용해 흰꽃에 4~6가지 색을 구현한 ‘무지개꽃 기술’을 개발한 뒤 일취월장했다. 형광염색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꽃도 나왔다. 컬러 안개꽃과 스타티스는 경매시장에서 1.7배 비싼 값에 팔린다.
지난달에는 꽃잎 아래가 연분홍이고 위로 갈수록 적색이 되는 한국산 장미 ‘딥퍼플’이 도쿄 국제엑스포에서 해외 생산자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장미는 2012년 모스크바 화훼박람회 대상, 2014년 네덜란드 꽃축제 소비자상까지 받았다. 판매량도 2011년 첫해 5만송이에서 지난해 234만송이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13개국에서 264만송이나 팔렸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화훼산업 현주소는 어둡다. 화훼생산액은 2005년 1조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대로 줄었다. 국민 1인당 꽃 소비액도 2만1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스위스(15만원)나 네덜란드(11만원), 일본(10만원)에 비하면 초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36%는 ‘꽃을 돈 주고 사기 아깝다’고 말한다. 먹고살기 빠듯한데 무슨 꽃이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도 크다. 결혼기념일에 큰맘 먹고 꽃을 사 들고 갔다가 “그냥 돈으로 주지, 쓸데없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상상의 꽃으로만 여기던 블루 로즈도, 영롱한 에메랄드빛 안개꽃도 아름다움을 알아줄 사람이 없다면 대체 무슨 소용인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