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대전 도안신도시 인근 아파트 단지 내 A공인중개사 사무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매물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대전시가 지난 12일 이 일대 93만4000㎡에 대규모 호수공원과 아파트용지 4개 블록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여파다. 부동산중개소 직원은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이 일대 1~19블록 내 50여개 부동산중개소가 이 같은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도안신도시 갑천지구에 생태호수공원과 아파트 4개 블록 조성계획이 발표되자 예정구역 일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세종시 개발에 밀려 한동안 잠잠했던 대전이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로 중부권 핵심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발표 10여일 만에 입지조건에 따라 아파트들은 최소 3000만~7000만원가량 올랐고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기성 수요도 적지 않아 보인다”며 과열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우려했다.

2018년 생태호수공원 조성

대전시는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일원의 갑천변 93만4000㎡에 2018년까지 5384억원을 투입해 생태호수공원과 주택용지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도안신도시 전체 면적 611만㎡의 15% 규모다. 시민이 여가와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태호수공원(42만5000㎡)과 주차장 4곳, 학교 및 유치원 각 2곳 등 기반시설과 공동주택, 단독주택용지 및 근린생활시설(5240가구, 인구 1만4150명)도 들어선다. 시 관계자는 “도안 갑천지구의 약 60%가 공원으로 조성되는 만큼 자연친화적인 생태호수공원과 쾌적한 정주환경을 마련해 시민에게 명품 친수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7000만원 호가에 과열 우려

발표 이후 부동산 업계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19블록 중 대다수 면적을 차지하는 전용면적 115.7㎡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억4000만원 선이다. A중개사무소 직원은 “대전시 발표 이후 조망권에 따라 최소 3000만원에서 7000만원 높인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B중개사무소 직원은 “그동안 대형 아파트(159.7㎡) 매매가는 평균 5억3000만원을 유지했지만 발표 이후 최소 3000만원 더 올랐다”고 말했다.

내년에 분양에 들어갈 호수공원 내 아파트에 대해서도 벌써 과열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치열한 청약경쟁은 물론 아파트 위치에 따라 최대 1억원 이상의 조망권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어 투기성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관계자는 “이미 입주한 도안신도시 내 일부 블록은 현재 7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내년 도안호수공원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청약 경쟁이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안신도시 내 부동산 과열 조짐이 일자 대전시는 시민, 전문가로 구성된 갑천지구 개발 민·관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부동산 과열현상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