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
조지프 마셔리엘로 지음 / 신민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524쪽 / 2만2000원
드러커가 경영, 혁신, 리더십, 효과성, 변화에의 적응 등에 대해 쓴 저술·저서들을 통해 남긴 메시지는 현대 경영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는 민간·공공·비영리부문에서 수많은 고위 경영자의 멘토 역할도 했다. 신간 《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에서 독자들은 드러커가 멘토로서 코칭해 나가는 과정을 매주 일정에 따라 주제·교훈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저자인 조지프 마셔리엘로는 드러커가 사망할 때까지 지척에서 저술과 연구를 함께한 동반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 드러커의 미발간 저술 메모까지 담아냈다. 또 기존 저술·저서에서 논의된 주제 가운데 리더십, 자기관리, 사명에 입각한 전략 등 독자들이 묵상해봄 직한 지혜와 통찰을 실제 컨설팅 사례와 엮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1년 52주에 걸쳐 드러커의 코치를 받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일관된 경영철학을 배우고 실무에 접목할 수 있도록 묵상하며 실행을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짰다. 몇몇 주제는 독자들이 예상치 못할 만한 사례와 그런 사례를 조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치 드러커 캠프에서 그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기업인에게는 사업의 근원을 파고들며 경영의 리더십을 깨달아 가는 필독서가 될 만하다.
‘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를 화두로 삼아 한 주를 묵상과 명상으로 시작하라는 드러커의 통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인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한국에는 소중한 아침 시간을 조찬 강의나 쫓아다니며 시작하는 기업인이 많다. 드러커가 그들을 보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남들이 멋있게 연출한 영상에 빠져 자신을 돌보는 묵상의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남들이 준비한 강연에 불려다니며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식정보 뭉치들에 파묻히지 마라.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식, 지혜가 무엇이며 성공의 궁극적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의 사명과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라. 남들이 차려주는 지식의 향연에 식객으로 가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강점에 맞는 삶과 사업을 구상하며 사색하라. ‘묻어 가는 리더’가 아니라 ‘자신과 이웃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주도적 리더’가 돼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맥을 자산으로 섬기며 새벽 잠 설치면서 명사의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경영자들은 드러커의 이 같은 주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경영자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아침에 명료한 정신 상태로 일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통제력이 감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높아져 자기관리와 관계관리 능력이 줄어든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리더들, 사람에게 효과적 영향을 미치는 일에 골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리더들에게 드러커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거울에 비치는지 항상 ‘미러 테스트(mirror test)’를 해보라고 권한다. 자신부터 돌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과 강점을 인식하고, 남들의 강점을 발견해 기회와 연결해주며 육성하라고 한다. 자신이 스트레스에 압도되지 않고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면서 사람과 사회적 이슈에 숨겨진 사업 기회를 찾는 시간을 확보하는 위대한 리더로 성장하라고 주문한다.
드러커는 “리더란 보통 사람에게서 흔치 않을지도 모를 강점을 끌어내고 효과적으로 엮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미처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스템의 약점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또 리더의 성공은 자신과 대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일찍부터 강조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의식 있는 자본주의’ ‘존경받는 기업’과 관련해서도 이미 1950년대에 윤리적 리더십이란 과제를 제시하며 미국 사회의 각성을 선도했다. 드러커는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은 조직이 직면할 종말을 예고하고, 인본주의 경영학과 경영컨설턴트 분야를 개척한 거목이다.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리더가 돼 구성원을 힘들게 하고, 자아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남발되는 자격증을 따 남들을 코치하는 현실이 드러커의 눈엔 어떻게 보일까. 드러커는 코치 자격증도 없었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경영자와 컨설턴트들이 그를 코치라고 믿으면서 사부로 섬기고 따랐다. 그가 리더들에게 주 단위로 제공하는 ‘일용할 양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일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장영철 < 경희대 경영대 교수·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