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6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가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빚을 갚을 여력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8일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를 통해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상환부담은 주요국 중 가장 심각한 상태”라며 “한국은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로 전 연령대 평균(128%)보다 높을 뿐더러 주요 15개국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다. 부채 상환 여력도 다른 나라보다 취약하다. 고령 가구 소득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금이나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9% 정도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이 비중이 70%를 넘는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4%로 50%대 미만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보다 높다.

40대 중반부터 부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7~9년 늦은 50대 이후 부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40대는 자녀 교육비 등 때문에 부채를 줄일 여력이 적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 등 거시금융 여건이 급격히 변하면 소득 안정성과 자산 유동성이 낮은 고령층의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거치식·일시상환 대출에서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구조를 정착시켜 은퇴 이전까지 부채 원리금 상당 부분을 상환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주택연금과 역모기지 제도를 확대해 고령가구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