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을 되찾게 됐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등 알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마저 인수하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를 주력으로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탄생하게 된다.

○재계 연합군 백기사 자처

이번 인수자금 조달에는 CJ, SK 등 다양한 기업이 박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제3자 매각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도 박 회장이 ‘주인’이라는 재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재건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계획서에 따르면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타이어(9.85%) 금호산업(7.99%) 지분을 SK에너지, 롯데케미칼, LG화학, 효성, 코오롱 등 기업들과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사 및 기관투자가에 매각해 1521억원을 마련했다. 500억원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한 CJ 등 총 9개 기업을 특수목적법인인 금호기업 출자자로 참여시켜 2700억원을 조달했다. NH투자증권이 주선한 인수 금융(신디케이트론)을 통해 3000억원을 마련, 총인수금액 7228억원을 맞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는 현재 금호산업이지만, 앞으로는 금호산업 최대주주인 금호기업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금 조달 계획서를 승인함에 따라 계획대로 자금만 조달하면 박 회장은 연내에 그룹을 찾게 된다”며 “STX 동양 등 다른 오너들이 그룹이 몰락한 뒤 사법처리 수순을 밟은 것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사재 모두 쏟아부은 책임 경영

재계에서는 이번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이 사재까지 쏟아붓는 책임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듬해인 2010년 11월 자본금을 줄이는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당시 일반주주는 4.5 대 1 감자를 적용했지만 박 회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0 대 1 감자를 수용했다. 당시 박 회장의 손실분은 303억원에 달했다. 박 회장은 또 2011년 11월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모두 팔아 금호산업(2200억원)과 금호타이어(113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금호산업이 2013년 3월 7 대 1의 무상감자를 하는 바람에 박 회장은 1885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감자가 불가피해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를 쏟아부었다”며 “총 333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2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김일규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