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탈락 후폭풍
롯데 월드타워점은 경쟁력이나 잠재력 측면에서 충분히 연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였지만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원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가운데 롯데 소공점, 장충동 호텔신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2004년(151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세 배 이상 늘었다.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지금의 롯데월드몰로 자리를 옮기며 매장 면적 확장과 인프라 구축 등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월드타워점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도 협력업체, 납품업체들까지 포함하면 5200여명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매장은 철수하고 새로운 매장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론 낭비일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모집하기 위한 관광인프라 등이 없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면세점이 문을 닫는 것에 따른 손해는 더 크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롯데는 보세구역 관리역량과 지속가능성, 재무건전성 등이 주요 점검 지표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심사에서 관세청과 심사위원들은 경영진의 의지와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사회 환원 등을 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워커힐점)와 롯데(월드타워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지역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데다 SK는 그룹의 주력 사업이 아니란 점에서 경영진의 의지, 주변 환경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것이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됐지만 당장 기존 면세점이 영업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특허 만료일이 16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12월31일이지만 앞으로 6개월여간은 정상 영업을 지속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면세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기존 면세사업자가 사업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면세점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5일 오전 비상회의를 열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다른 점포에서 월드타워점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김병근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