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본부는 “정부가 평화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사례로 보나, 참가단체들의 면면으로 보나 허용된 공간에서 평화롭게 주장을 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주최 측이 내건 구호부터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이다. 서울 도심이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이 짙다. 도로 점거,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생계 차질은 물론 12개 대학에서 논술, 면접을 치를 수험생 11만4000여명도 걱정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다른 사람의 평화로운 삶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다. 주먹을 휘두를 자유는 상대방 코앞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 선을 넘으면 누구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준법과 불법을 가르는 폴리스라인이 엄격한 이유다.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 다수결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밥 먹듯 어기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1조)을 외쳐대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1987년 이후 정작 한국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색해 가고 있다. 시위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핑곗거리만 있으면 거리로 뛰쳐나온다. 늘 그때 그 얼굴이다. 이들에게 타인의 생활과 자유쯤은 안중에도 없다. 그럴수록 ‘진짜 정치’에서 패배한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