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도심에서 10만명이 참가하는 소위 ‘민중 총궐기 대회’가 예고돼 있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진보연대 전국철거민연합 등 53개 단체가 참여한 투쟁본부는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4시 광화문으로 집결한다는 것이다. 시위 규모는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최대라고 한다. 정부는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담화를 내놨고, 경찰은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한 차벽 설치를 검토 중이다.

투쟁본부는 “정부가 평화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사례로 보나, 참가단체들의 면면으로 보나 허용된 공간에서 평화롭게 주장을 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주최 측이 내건 구호부터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이다. 서울 도심이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이 짙다. 도로 점거,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인한 시민 불편과 생계 차질은 물론 12개 대학에서 논술, 면접을 치를 수험생 11만4000여명도 걱정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다른 사람의 평화로운 삶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다. 주먹을 휘두를 자유는 상대방 코앞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 선을 넘으면 누구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준법과 불법을 가르는 폴리스라인이 엄격한 이유다.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 다수결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밥 먹듯 어기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1조)을 외쳐대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1987년 이후 정작 한국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색해 가고 있다. 시위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핑곗거리만 있으면 거리로 뛰쳐나온다. 늘 그때 그 얼굴이다. 이들에게 타인의 생활과 자유쯤은 안중에도 없다. 그럴수록 ‘진짜 정치’에서 패배한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