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뷰익 인비전
GM의 뷰익 인비전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자동차회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에 역(逆)수출한다. 중국의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GM이 중국 내수시장만 겨냥했던 중국산 차량을 선진국에서도 판매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생산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한국GM의 감산 가능성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GM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생산 중인 뷰익 브랜드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비전을 내년 초부터 미국에 들여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모델은 현재 미국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GM이 내년에 최대 4만대의 중국산 인비전을 미국에 역수출하고 이후 물량을 빠르게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볼보도 지난 5월 중국 청두에서 생산한 소형 세단 S60을 미국에서 팔기 시작했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중국산 차량 품질이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볼보에 이어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GM까지 중국산 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오기로 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중국 내수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북미 자동차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JD파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연평균 14.6% 늘었다. 하지만 올해 예상 판매량은 2410만대로 작년보다 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은 저금리와 저유가 장기화,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판매실적이 좋다. GM의 올해 3분기(7~9월) 중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지만 북미 판매는 5.2% 늘었다.

중국에서 앞다퉈 설비를 증설해온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로서는 중국 생산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JD파워는 올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3500만대로 추정했다. 수입차를 제외하고 올해 중국에서 생산돼 팔린 물량(2300만대)을 감안하면 공장 가동률은 66%에 그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2020년이면 연간 5800만대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라며 “중국의 소비부진으로 설비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으로의 역수출 등 대응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로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생산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이유다. 미국자동차노조(UAW)는 최근 GM 경영진과 시간당 17달러인 미숙련근로자 급여를 8년에 걸쳐 숙련근로자와 같은 수준인 30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노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협상을 지난달 마무리했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중국산 차량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CNN과의 인터뷰에서 “볼보차가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숨길 것도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GM이 한국 생산량을 줄이거나, 중국산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SJ는 “GM이 인건비가 낮은 한국 공장을 10년 이상 활용해왔지만 최근 임금 상승으로 전략 수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GM은 올 들어 미국에서 생산한 중대형 세단 임팔라를 한국에서 판매하는 등 생산 기지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의 한국 판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대상에 완성차는 빠져 있어 가격 측면의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한국에 부품 공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단기적으로 한국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영/정인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