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아 71년의 역사를 지키고 있는 대구백화점이 또 한 번의 거센 도전을 앞두고 있다. 내년 유통강자 신세계백화점의 대구진출이다. 2003년 롯데, 2011년 현대백화점 진출이후에도 대구상권을 지켜 온 대백이 신세계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는 8000여억원을 투자, 백화점(9만9000㎡) 과 공연장 등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대구복합환승센터(연면적 29만여㎡)를 내년에 준공할 계획이다. KTX를 활용,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한강이남의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2011년 진출한 현대백화점 역시 진출이후 대구지역 매출 1위로 올라서는 등 선전하고 있는 것도 신세계의 진출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지방 백화점 업계는 빅3의 진출이후 부산의 태화백화점이 1997년, 유나백화점이 2000년에 자취를 감췄다. 광주도 1990년대 중반이후 화니·가든백화점이 문을 닫았고 송원백화점도 위탁경영중이다. 대구에서는 2010년 동아백화점이 이랜드그룹에 매각되면서 대백은 지방의 유일한 향토백화점으로 살아남았다. 대백은 1944년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회장이 인수한 대구상회를 모태로 대구 동성로에 본점, 대봉동에 대백프라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빅3진출 이후 추풍낙엽처럼 사라져간 지방 유통업계에서 생존한 비결에 대해 대백 황주동 홍보팀장은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었다”고 분석했다. 수수료 매장인 '일본식 백화점'에서 탈피해 브랜드를 직매입하는 '미국식 백화점'으로 승부를 걸었다. 직매입비율이 미국식백화점은 70~80%이지만 국내 백화점은 2~3% 수준이다. 구정모 대백 회장은 연간 두 세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브랜드 직매입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2년 독일 핸드백 브랜드 브리 (BREE) 를 시작으로 2014년 이탈리아 구두 핸드백 ‘프라텔리로세티’와 의류 ‘마리나야팅’등 직수입 브랜드 사업을 강화했다. 브리는 4년 전보다 매출이 40~50% 이상 늘었고 서울로 역진출했다. 올해 8월 ‘프라텔리로세티’와 ‘브리’는 나란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성했다.

대백의 생존은 문화에 대한 40여년간의 꾸준한 투자도 한 몫 했다. 본점 건립 때부터 운영한 대백갤러리는 2명의 큐레이터가 연간 70여회의 미술관급 전시회를 운영하고 있다. 1986년부터 운영한 문화센터는 300여명의 강사진이 900여개의 테마강좌로, 2003년 프라자점 개점때 문을 연 공연장 프라임홀은 콘서트, 뮤지컬, 패션쇼로 충성고객들을 붙잡고 있다. 전국 27개 지정농장을 운영,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한편 즉석조리코너도 브랜드수가 가장 많아 빅3와 경쟁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대백은 신세계진출에 맞서 신세계인근에 처음으로 아울렛 건립에도 나서는 등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세월호· 메르스 여파로 고전을 겪은 유통업계가 2조원 규모의 대구지역 백화점 빅 매치를 예고한 가운데 71년 역사의 대백이 어떻게 대응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회장은 “거대 백화점과의 예고된 무한경쟁인 만큼 대백만의 차별화로 100년 유통기업으로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