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 일부 등을 파는 방법으로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 중 2000억원은 산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

▶본지 11월11일자 A4면 참조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보유 지분 67.58% 중 33.7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해 358억원을 마련했다. 또 반얀트리호텔 지주사인 현대엘앤알 지분 전량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해 254억원을 마련하는 등 총 612억원을 조달했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 주식 일부와 현대그룹 연수원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신탁해 1392억원을 차입했고, 현대증권 주식을 외부 기관에 신탁해 2500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이렇게 확보한 유동성이 4500억원에 이른다고 현대그룹은 설명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은 2000억원을 산업은행에 상환함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 여부는 현대그룹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증권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 2000억원을 우선 상환한 것에 미뤄 당장 현대증권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4500억원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내년 6월 말까지 갚아야 할 돈이 1조4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연내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 부문과 해외터미널을 분사해 ‘벌크라인’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신설 회사가 307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산업은행에 변제하고 남은 2500억원과 영구채 발행으로 모이는 3000억원을 포함하면 연말까지 55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직접 담보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이번 방안은 근본적인 자구 계획과는 별개”라며 “내년 해운업황 전망이 어두운 만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김일규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