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일본도 뛰어든 여객기 시장…보잉·에어버스 아성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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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항공기 시장 진출한 일본
미쓰비시, 제트여객기 시험비행 성공
78인·92인승 2종류…최대 항속거리 3380㎞
중국도 1주전 중형기 출하…시험비행 전에 517대 수주
한국, 프로펠러 여객기 뿐
미쓰비시, 제트여객기 시험비행 성공
78인·92인승 2종류…최대 항속거리 3380㎞
중국도 1주전 중형기 출하…시험비행 전에 517대 수주
한국, 프로펠러 여객기 뿐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일본이 미국과 유럽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미쓰비시항공기의 소형 제트여객기인 ‘미쓰비시 리저널 제트(MRJ)’가 11일 처음으로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지난 2일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중대형 여객기 ‘C919’ 출하 기념식을 열며 ‘A(에어버스)·B(보잉)·C(중국상용항공기) 시대’의 개막을 알린 지 1주일여 만이다. 중국과 일본이 제트여객기 시장에서 잰걸음을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일본 반세기 만에 시험비행 성공
MRJ는 이날 오전 일본 나고야공항을 이륙해 약 1시간반 동안 태평양 상공을 비행한 뒤 착륙했다. 일본산 여객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2년 프로펠러 여객기 ‘YS-11’ 이후 반세기 만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간 2만5000대의 군용기 등을 생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지만 패전 후 연합군총사령부가 항공기 관련 사업을 7년간 전면 금지하면서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YS-11 개발로 한때 부활을 예고했으나 가격경쟁 등에서 밀리면서 1973년 여객기 생산을 중단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주력 전투기 ‘제로센’을 생산하던 미쓰비시중공업은 76년 만에 자회사를 통해 만든 MRJ로 세계 소형 여객기 시장의 패권을 노리게 됐다.
2008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MRJ는 근거리 운항에 적합한 100석 미만의 소형기로, 항속거리는 최대 3380㎞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대형기보다는 작은 기종이다. 최대 경쟁사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와 캐나다 봄바디어가 꼽힌다. 미쓰비시항공기는 앞으로 20년간 5000대 규모로 예상되는 소형기 시장에서 절반 정도의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전일본항공(ANA) 등 일본 항공사와 미국 스카이웨스트 등 6개 항공사로부터 400여대를 수주했다. 2017년 2분기께는 첫 번째 여객기가 ANA홀딩스에 인도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MRJ가 첫 비행에 성공한 후 구입하겠다는 항공사들도 있어 앞으로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MRJ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 출자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지난 9월 MRJ 사업화를 위해 미쓰비시항공기와 부품사에 1000억엔(약 94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대형기도 개발 중
중국상용항공기는 앞서 지난 2일 중형여객기 ‘C919’를 전 세계에 선보였다. 지난 8월 시험비행에 들어간 소형기 ‘ARJ21-700’에 이어 두 번째 기종으로, 시험비행 전에 이미 517대를 수주했다. 중국은 3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는 대형여객기 ‘C929’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이르면 연말께 대형항공기 개발을 위해 130억달러(약 15조2300억원)를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으로 양분된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3강(强)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다. 일본도 MRJ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언젠가는 수익성 높은 중대형기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여객기 개발사업은 2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신경제 5개년 계획’에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을 포함해 추진했지만 공동개발국인 중국이 발을 빼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2013년에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캐나다 봄바디어와 공동으로 90인승 소형기 개발에 나섰지만 이 역시 봄바디어가 자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하며 중단됐다. 현재 KAI가 여객기로 양산하는 항공기는 4인승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나라온(KC-100)’이 전부다. 항공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이 해외업체와 공동으로 중형제트기를 개발하려 했지만, 정부가 안보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해 개발을 포기한 적이 있다”며 “‘2020년 항공산업 7대 국가’ 같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항공기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정부가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순신 기자 ceoseo@hankyung.com
지난 2일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중대형 여객기 ‘C919’ 출하 기념식을 열며 ‘A(에어버스)·B(보잉)·C(중국상용항공기) 시대’의 개막을 알린 지 1주일여 만이다. 중국과 일본이 제트여객기 시장에서 잰걸음을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일본 반세기 만에 시험비행 성공
MRJ는 이날 오전 일본 나고야공항을 이륙해 약 1시간반 동안 태평양 상공을 비행한 뒤 착륙했다. 일본산 여객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2년 프로펠러 여객기 ‘YS-11’ 이후 반세기 만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간 2만5000대의 군용기 등을 생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지만 패전 후 연합군총사령부가 항공기 관련 사업을 7년간 전면 금지하면서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YS-11 개발로 한때 부활을 예고했으나 가격경쟁 등에서 밀리면서 1973년 여객기 생산을 중단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주력 전투기 ‘제로센’을 생산하던 미쓰비시중공업은 76년 만에 자회사를 통해 만든 MRJ로 세계 소형 여객기 시장의 패권을 노리게 됐다.
2008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MRJ는 근거리 운항에 적합한 100석 미만의 소형기로, 항속거리는 최대 3380㎞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중대형기보다는 작은 기종이다. 최대 경쟁사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와 캐나다 봄바디어가 꼽힌다. 미쓰비시항공기는 앞으로 20년간 5000대 규모로 예상되는 소형기 시장에서 절반 정도의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전일본항공(ANA) 등 일본 항공사와 미국 스카이웨스트 등 6개 항공사로부터 400여대를 수주했다. 2017년 2분기께는 첫 번째 여객기가 ANA홀딩스에 인도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MRJ가 첫 비행에 성공한 후 구입하겠다는 항공사들도 있어 앞으로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MRJ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 출자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지난 9월 MRJ 사업화를 위해 미쓰비시항공기와 부품사에 1000억엔(약 94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대형기도 개발 중
중국상용항공기는 앞서 지난 2일 중형여객기 ‘C919’를 전 세계에 선보였다. 지난 8월 시험비행에 들어간 소형기 ‘ARJ21-700’에 이어 두 번째 기종으로, 시험비행 전에 이미 517대를 수주했다. 중국은 3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는 대형여객기 ‘C929’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이르면 연말께 대형항공기 개발을 위해 130억달러(약 15조2300억원)를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국의 보잉으로 양분된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3강(强)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다. 일본도 MRJ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언젠가는 수익성 높은 중대형기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여객기 개발사업은 20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신경제 5개년 계획’에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을 포함해 추진했지만 공동개발국인 중국이 발을 빼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2013년에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캐나다 봄바디어와 공동으로 90인승 소형기 개발에 나섰지만 이 역시 봄바디어가 자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하며 중단됐다. 현재 KAI가 여객기로 양산하는 항공기는 4인승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나라온(KC-100)’이 전부다. 항공기 제조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이 해외업체와 공동으로 중형제트기를 개발하려 했지만, 정부가 안보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해 개발을 포기한 적이 있다”며 “‘2020년 항공산업 7대 국가’ 같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항공기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정부가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순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