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자라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가장 큰 특징은 패션업체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하는 수직계열화에 있다. 대량 생산과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옷값을 크게 낮추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니클로는 도레이 등 주요 기업과 협력해 평균 7단계에 이르던 의류 유통과정을 최저 2단계까지 줄여 제조원가를 절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SPA와 동의어에 가깝게 쓰이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최신 유행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 의류업체들은 봄에 가을옷을 만드는 식으로 유행할 상품을 예측해 생산했다. 자라는 유행을 포착해 디자인을 마친 뒤 매장 진열대에 완제품을 걸기까지 보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매장을 철저히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고, 매장당 면적이 수천㎡에 이를 정도로 넓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하도급업체와 대리점이 얽혀 있고 백화점 입점 등을 통한 판매에 의존하는 기존 의류매장과 비교해 사업모델이 완전히 다르며 그만큼 투자비도 많이 들어간다. 많은 토종 패션업체가 10년 동안 해외 SPA의 급성장을 바라보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업체가 SPA의 투자·수익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면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할인 등의 마케팅 수단을 적절히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해야 하고, 큼지막한 매장을 빈틈없이 관리하면서 소비자를 응대할 수 있는 판매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SPA는 웬만한 대기업도 장기적 안목의 투자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어려운 사업”이라며 “오랫동안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유통과 물류 등의 지식도 탄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SPA에 대한 패션업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옷값 거품을 빼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충동구매를 자극해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의류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 주요 브랜드마다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는 있지만 소재나 봉제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SPA 업체들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폐의류 수거, 소외계층 지원, 환경 보호 운동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