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현실로 받아들인 주식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았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시에 ‘팔자’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맥없이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지수는 이틀 연속 2% 넘게 하락하며 650선으로 물러섰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 변수에 가장 크게 흔들렸다.
○1990선으로 내려앉은 코스피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11포인트(1.44%) 떨어진 1996.59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달 들어 2050선(4일 종가 2052.77)을 돌파했던 지수는 지난달 7일(2005.84)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199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기관(1677억원)과 외국인 투자자(702억원)가 동시에 순매도에 나서 오후 한때 1990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삼성전자(-1.71%) 현대자동차(-1.52%) 한국전력(-4.17%) 등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상위 20개 종목 중 ‘빨간불(상승)’이 들어온 종목은 현대모비스(0.59%)와 기아차(0.17%)뿐이었다.

코스닥지수는 15.14포인트(2.25%) 내린 656.7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916억원)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4.67%)만 상승했다. 셀트리온(-1.56%) 메디톡스(-4.01%) 바이로메드(-5.54%) 등 바이오주와 카카오(-2.87%) 컴투스(-9.18%) 등 정보기술(IT)·게임주를 가릴 것 없이 주요 종목의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고용지표 개선으로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 증시 하락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여러 차례 시장에 노출된 악재지만 금리 인상 이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만 해도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컸지만 지난주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연내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자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불안 속 단기 조정 전망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날 한국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둔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것도 증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무디스는 2017년까지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홍콩, 대만 주식시장 지수는 1%가량씩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8% 하락한 3640.49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15% 오른 19,671.26에 장을 마쳤다.

12일로 다가온 옵션 만기는 향후 증시 수급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이달 옵션 만기일에 차익거래에서 2000억원 안팎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은 받겠지만 1900선 후반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8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당시와 달리 중국 경기둔화 우려는 상당히 줄었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외에 연말 소비 확대 효과도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