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15.11.10 15:55
수정2015.11.10 16:05
내 생에 첫차 구매를 결정했다.주변에서 “처음엔 어차피 이리저리 긁고, 사고 나고 할 텐데 중고차나 사지그래?”라는 조언이 많았다.중고차도 생각해봤지만, ‘첫차’라는 의미를 더 살리기 위해 ‘새 차’를 사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00만 원, 200만 원도 아닌 몇천만 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구매의 기준을 정했다.1. 차량의 가격은 2천만 원을 넘지 않을 것2. 결혼 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쓸 수 있을 것3. 이왕이면 연비가 좋을 것이상 세 개의 기준을 정하고 차량 탐색에 들어갔다.차량 가격이 2천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는 경차 혹은 소형, 최대 준중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차는 후보에서 조기 탈락시켰다.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스파크와 모닝이 있는데 실제로 주행해보니 경차의 장점은 딱히 느낄 수 없었고, 출력과 공간의 부족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취·등록세면제, 공영주차장 할인, 연비 생각해봐”라는 지인의 조언이 있었지만, 경차의 실연비는 준중형과 다를 바 없었고 주차비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더 넥스트 스파크의 풀옵션 가격이 1,600만 원이 넘어간다. 요즘 경차 가격이 소형이나 준중형이랑 다를 게 없잖아!그리하여 소형과 준중형 차량 중 최종 리스트에 오른 차는 다섯 대.후보 1번. 현대 엑센트 디젤흔히 국산 차 가성비 제왕이라고 불리는 ‘엑디수’는 ‘엑센트 디젤 수동’의 줄임말이다. ‘깡통’으로 불리는 트림의 경우 1,400만 원을 조금 넘는다(경차인 더 넥스트 스파크보다 싸다). 유로6 136마력 엔진에 1,400만 원이면 거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인연비는 복합 19km/L로 국산 차 중 최상급이다. 심지어 실연비가 공인연비를 앞지르기도 한다고.단점: ‘흉기차’라고 불리는 현대의 차라는 것. 브랜드의 이미지는 물건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천만 원이 넘는 가격의 물건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다. 선택지에서 현대차를 지우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너들의 말을 들어보면 쿠킹호일 위에서 운전하는 기분이라고 하는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고 한다. 물론, 일부 오너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기존 오너들이 발끈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또한, 수학을 잘 못 해서 각도 계산을 못 한다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후보 2번. 기아 쏘울국내에서는 더럽게 안 팔리지만, 해외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전설의 명차. 교황의 선택을 받은 차로도 유명하다. 시작은 소형의 느낌이었지만,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덩치를 키운 준중형 박스카답게 공간 활용성도 높다. 가솔린치고는 15.8km/L의 준수한 연비도 눈에 띈다.단점: 역시나 ‘흉기차’의 유전자. 젊은 세대에게 그동안 흉기차가 만들어온 이미지는 쉽게 탈색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제외하고는 사실 별로 깔 게 없는 차량이다. 굳이 꼽자면 디젤 모델이 없다는 점? 덩치도 꽤 커지고 디자인도 SUV스러워서 당연히 디젤 모델이 있을 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가솔린 모델밖에 없는 차다.후보 3번. 쉐보레 아베오 해치백해치백과 세단 두 가지 라인업 중 해치백을 선택한 이유는 세단의 뒷모습이 못생겼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치백의 뒤태가 예쁘다는 건 아니다). 최근 모든 라인업이 1.6L 자연흡기엔진에서 1.4L 터보엔진으로 바뀌어서 연비는 물론 출력도 향상되었다. RS 트림의 경우 140마력으로 동급에서는 최고 수준. ‘타본 사람만 안다’는 아베오RS의 핸들링 감각과 운전 질감은 국산 차 중에는 으뜸이라고 한다. 또한, 문짝의 두께 역시 소형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두툼해서 안정성 면에서도 믿음이 간다.단점: 최고 트림인 RS 트림에 수동모델이 빠져있다는 것. 운전 재미를 위해 만든 차인데 굳이 자동변속기만 달아 놨다. 뒤 브레이크 역시 RS 트림만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아 놨다. 내장재의 질이나 마감 상태도 현대나 기아차에 비하면 부족하다. 또한, 수동 14.6km/L, RS 12.6km/L와 같이 낮은 공인연비는 구매자 입장에서 주춤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후보 4번. 르노삼성 SM3 네오SM3는 숨겨진 진주 같은 차다. 준중형치고는 크기도 크고 복합연비 15km/L로 연비도 괜찮은 편이다. CVT 변속기로 변속충격이 거의 없이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다. 실내 정숙성이 상당히 뛰어난 편으로 “시동 꺼졌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내 공간도 준중형 세단치고는 넓은 편이다.단점: ‘아줌마들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기껏 차를 뽑았는데 “야, 그거 아줌마들이나 타는 차 아니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CVT 변속기는 부드러운 가속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초반 가속은 최근 대부분의 차량에 달린 DCT(듀얼클러치)에 비하면 한참 굼뜨다. 국산 준중형치고는 비싼 수리비도 SM3가 안 팔리는데 한몫한다.후보 5번. 쌍용 티볼리 디젤차세대 국민차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차가 티볼리다. 티볼리의 등장이 현대, 기아의 SUV 점유율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솔린 모델에 국한되지만, 이 가격에 국산 차 중 4WD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달린 차량은 흔하지 않다. 내장인테리어나 내장재의 질감 역시 신경을 쓴 티가 난다.단점: 출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량에서 녹과 부식이 생겨서 ‘녹차’라는 별명이 생겼다. 국산 SUV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던 쌍용의 ‘녹차 게이트’는 실망스러웠다. 또한, 디젤 모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놓은 상태에서 공개된 정보는 놀라웠다. 1.6L 디젤의 경우 최대출력이 겨우 115마력, 연비가 15.3km/L로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출력과 연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오원택기자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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