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려는 자' 롯데·SK - '뺏으려는 자' 신세계·두산 격돌
서울 면세점 한 곳당 평균매출 1조…실적에 결정적 영향
시장은 일단 두산에 '베팅'…신세계도 소폭 상승
두산·신세계, 서울 3곳 모두 입찰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면세점은 서울 세 곳과 부산 한 곳이다. 16일 SK네트웍스의 서울 광장동 워커힐점 특허권이,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 본점의 특허권이 만료된다. 다음달 31일엔 서울 신천동의 롯데월드타워점이 사업권을 반납해야 한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의 신세계면세점도 다음달 15일 특허권이 끝난다.
서울 시내면세점에 쏠린 관심이 크다.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의 연매출 규모가 3조원에 달하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수요로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점시장은 지난해 8조3000억원에서 2020년 22조원으로 연평균 17%씩 커질 전망”이라며 “요우커들이 쇼핑 장소로 시내면세점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내면세점은 연 2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처음으로 면세점사업 진출을 노리는 두산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은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에 모두 입찰제안서를 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39% 오른 12만2000원에 장을 마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주가상승률이 29.9%에 이른다. 다른 후보자인 SK네트웍스는 같은 기간 1.8%가량 주가가 떨어졌고 신세계는 4.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 기존 중공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면세점이라는 캐시카우를 확보하면 실적 부진 우려를 다소 덜 수 있다”며 “면세점 진출 시 내년 6000억여원, 2017년엔 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동대문 두산타워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지난 7월 서울 신규 면세점 1차 대전에서 한 차례 패배를 맛본 신세계와 SK네트웍스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과 서울 워커힐호텔 한 곳씩을 지키면서 동시에 확장도 노리고 있다. 신세계의 면세점 자회사인 신세계DF는 서울 세 곳에 모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는 남대문시장과 연계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입지, SK네트웍스는 20년 넘게 이어온 면세점사업 업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각각 명동과 동대문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롯데, 두산과의 맞대결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평이다.
롯데, 호텔롯데 IPO 앞두고 초긴장
면세점업계 강자인 호텔롯데도 사업권 재확보가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사업권을 한 지역이라도 뺏기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가 소공점은 무난히 수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공점 매출은 약 2조원. 2위 신라면세점(서울 장충동)보다 65%나 더 많았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점은 사정이 좀 다르다. 경쟁사들은 “이곳까지 롯데가 재허가를 받으면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호텔롯데가 롯데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뺏기면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9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점의 올해 매출은 6911억원, 영업이익은 412억원으로 추정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으면 호텔롯데 기업 가치가 줄어들 것이고, 동시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는 롯데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로 지난 9월22일 29만3000원까지 올랐던 롯데쇼핑 주가는 내리막세로 돌아서 이날 2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반 새 25%가량 급락했다. 롯데쇼핑은 호텔롯데 IPO 이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호텔롯데와의 합병이 점쳐져왔다.
심은지/윤정현/김익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