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끓는 사과 - 정일근 (1958~)
이 가을 가장 뜨거운 것은 사과 씨앗이다
어제의 사과에서 몸을 받아 오늘의 사과를 만들어낸 둥근 목숨 스스로 곡진하여
그 열기 어찌할 수 없어 껍질째 빨갛게 끓는다
밀양 얼음골 십만여 평 사과바다가 씨앗 하나로 창창히 깊어지고
씨앗 하나로 뜨거워져 넘친다.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 中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과일을 깎노라면 이 달고 작은 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씨앗이 조금 부풀어 싹을 틔우고, 이윽고 빨간 열매를 맺는 모습에서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가 보이네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뜨겁게 만개하리란 희망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겠지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