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관광객 쾌속 증가…'역사·문화의 고향' 꽃 피우다
전주 한옥마을이 국내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2002년 31만명이었던 한옥마을 관광객은 2006년 106만명으로 처음 100만명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3년간 130만명 선을 넘어서지 못하다 2009년 갑자기 284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엔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지난해 592만명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615만명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주시의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의 저변에는 한옥마을 등 전주가 보유한 역사문화자원의 저력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전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전주가 보유한 역사문화자원은 일종의 ‘상수(常數)’기 때문이다. 이런 상수에 작용해 전주에 관광 혁명을 일으킨 핵심 ‘변수’는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2011년 전주에 KTX가 개통되는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철도 여행지로 떠오른 전주

전주는 전북의 대도시로 예부터 먹거리와 문화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었지만 철도 여행에서는 오랜 기간 불모지였다. 호남권의 핵심 선로인 호남선이 전주역을 지나지 않고 전북 익산만을 관통했던 터라 교통이 편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전주 간 이동은 전라선을 통해 3시간30여분이 소요되는 새마을·무궁화호나 3시간가량이 걸리는 고속버스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러다 2011년 10월 전주역에도 KTX가 지나게 됐다. 2012년 전남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전북 익산에서 전주를 거쳐 여수에 이르는 전라선의 선형 개량과 복선 전철화 공사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면 1시간30분 만에 전주까지 한 번에 올 수 있게 됐다. 교통이 편해지자 KTX 전주역 이용자 수는 승·하차인원 기준 2011년 6만6200명에서 지난해 57만7400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64만4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2013년엔 4월 KTX 운행을 1일 12회에서 18회로 늘렸고, 지난 4월엔 20회로 재차 증편했다.
KTX 타고 관광객 쾌속 증가…'역사·문화의 고향' 꽃 피우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철도여행 상품 ‘내일로’도 전주 관광객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일로란 만 25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코레일이 2007년 여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일종의 ‘기차 자유이용권’이다. 5만~6만원짜리 티켓 한 장을 구입하면 최대 1주일의 유효기간에 횟수 제한 없이 KTX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입석이나 자유석으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여름방학철인 6~8월, 겨울방학이 있는 12~2월 판매돼 배낭여행족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전주역 승하차 인원 합계는 2010년 128만명에서 지난해 161만600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220만4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광철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진흥팀장은 “내일로를 계기로 풍부한 먹거리와 전통문화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전주에 들르기 시작한 게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 한옥마을 관광객이 청년층으로 세대교체됐다”고 말했다.

전주, ‘인증샷의 메카’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이 체험한 것이나 먹은 음식의 사진을 올리고 다중과 소통하는 ‘인증샷’ 문화도 전주에 큰 기회였다.

전주는 콩나물국밥, 비빔밥, 한정식 등 맛 좋고 보기도 좋은 먹거리가 발전한 데다 푸짐한 안주로도 유명하다. 2만원으로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갈비와 생선구이, 부침개 등 10여가지의 반찬이 딸려나오는 게 전주에서는 당연한 문화다.

전북 완주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겸 여행작가 이병천 씨는 “전통적으로 맛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먹을 것이 많은 전주는 관광객들에게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경험 자체를 공유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는 한복 체험 관광이 한옥마을의 주요 관광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옥마을 관광객은 세 명 중 한 명꼴로 한복 차림이다. 주로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 곳곳을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길거리 음식을 사들고 인증샷을 찍는다. 한옥마을 곳곳에는 30여개의 한복 대여점이 성업 중이다. 한복 체험은 특별한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려 뽐내기 좋아하는 젊은 층의 욕구와 딱 맞아떨어진다.

황태규 우석대 호텔항공관광학과 교수는 “한복 체험 관광이라는 이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로 먹거리 위주였던 한옥마을에 즐길 거리가 늘고 관광 인프라가 확충됐다”고 평가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