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기업 구조조정의 암초로 떠올랐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무산 또는 지연되거나,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암초'로 떠오른 노조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지난주 롯데케미칼에 넘기기로 한 삼성SDI 케미컬부문의 여수공장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매각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에서도 이미 설립된 노조를 중심으로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로금을 더 많이 받으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매각한 한화종합화학에서는 매각 당시 결성된 노조가 최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직장폐쇄에 들어간 한화그룹은 M&A 효과가 흐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을 위해 이날 예비입찰을 진행한 대우증권에서는 노조가 대형사로의 매각에 반대한다며 다른 증권사 노조와의 연대투쟁에 나섰다. 작년에는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 매각이 노조의 반대로 두 번이나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수조원의 적자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서는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고집해 구조조정이 늦춰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조차 노조의 반대로 차질을 빚는 걸 보면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은 더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김현석/도병욱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