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한동안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던 글로벌 화학시장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권역 내 주요 화학기업이 최근 생산설비에 대한 정기보수에 들어갔거나 연내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급 부족이 예상돼 화학제품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도 커지고 있다. 이는 4분기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롤러코스터 흐름 에틸렌 가격

올 들어 지금까지 석유화학 업황은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에틸렌 가격은 주요 기업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6월에는 t당 14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7월 이후에는 국내외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정기보수가 끝나면서 수급이 안정을 찾았고,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세까지 더해져 에틸렌 가격이 t당 10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8월 하순 배럴당 38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에틸렌 가격은 9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19~23일) 에틸렌 평균 가격은 전주(904달러)보다 3.76% 상승했다. 7주 연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에틸렌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중 아시아권역 내 주요 NCC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어 에틸렌 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이 금리 인하 등 내수경기 부양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요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중국 CSPCL, 대만 CPC 등이 연내에 잇따라 NCC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에틸렌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등이 생산하고 있다.
제품별 가격 흐름은 각양각색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 가운데 가격 흐름에 가장 관심이 많이 쏠리는 제품은 고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업황 부진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호석유화학 등이 많이 생산하는 합성고무는 2013년을 전후로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하면서 3년간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수요 공급의 균형이 맞춰지면서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차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타이렌 부타디엔(SBR) 고무는 10월 넷째 주 t당 1280달러 수준에 거래돼 보합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은 t당 1860달러 수준이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성고무는 3년 정도 이어진 부진이 내년부터는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섬유 소재로 주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은 가격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합성수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실적에 긍정적 영향

3분기 화학 업황은 기업 경영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3분기에 5조1778억원의 매출과 54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8% 증가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증권업계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보다 40%가량 많았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41% 증가한 484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다양하게 수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