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우리가 격추"…러시아·이집트 "신빙성 없다"
에어프랑스 등 시나이반도 운항 잠정 중단…미국 등 애도 표명

이집트 정부가 31일(현지시간) 224명을 태우고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A321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등 본격적인 사고 수습에 나섰다.

이날 AFP·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사고기의 꼬리 부분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해 전문가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사고 현장에서 시신 129구를 수습했다.

이집트 당국은 수송기를 동원, 시신 113구를 카이로에 있는 안치실로 운구했으며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추락한 A321 여객기에는 어린이 17명을 포함해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 등 224명이 타고 있었으며, 전원 숨졌다.

탑승자 중 221명은 러시아인이고 나머지 3명은 우크라이나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전문가들을 급파해 이집트가 주도하는 사고조사에 참여했다.

프랑스의 항공사고 조사관 2명도 사고기종을 제작한 에어버스 사의 전문가 6명과 함께 조사에 동참했다.

추락 지점이 공교롭게도 시나이 반도인 가운데 사고 원인을 놓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이집트 간의 주장이 엇갈렸다.

여객기는 IS 이집트지부(시나 윌라야트)의 근거지인 시나이 반도 엘아리시에서 중부내륙 쪽으로 약 50∼70㎞ 떨어진 엘하사나 지역의 산간지대에 추락했다.

IS 이집트 지부는 트위터 계정에 한 여객기가 추락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여객기를 자신들이 격추시켰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와 이집트는 기술적 결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박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일부 매체가 테러리스트들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셰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도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기 전에 예단할 수 없지만, 비정상적 활동이 배후에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당국은 사고 직후 여객기가 이륙 후 관제센터에 기술적 결함을 보고하면서 비상착륙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여객기에서 SOS 신호나 이상 징후가 없었다며 앞서 발표를 뒤집었다.

호삼 카말 항공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객기가 추락할 때까지 여객기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교신이나 구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에미리트항공은 예방 차원에서 시나이 반도 상공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올해 3월 미국 국적의 민항기들에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2만6천피트(약 7.9㎞) 이하로는 비행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인 1일을 국민 애도의 날로 선언했다.

미국도 깊은 애도를 표명했다.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수도 비슈케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주 끔찍한 비극이자 손실"이라며 "희생자 가족들과 관련자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이 기술적 결함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열악한 러시아 항공 운송업 상황이 또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추락한 여객기는 1997년 제작돼 20년 가까이 사용된 항공기로, 코갈림아비아 항공은 3년 전부터 해당 여객기를 운항했다.

사고 항공기 부조종사의 아내인 나탈야 트루카체바는 러시아 국영 NTV에 출연해 "남편이 비행 직전에 항공기의 기술적 상태가 바라던 수준에 못 미친다면서 불평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는 이날 오전 5시51분(한국시간 낮 12시51분) 이집트의 홍해변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시나이 반도 중북부에서 추락했다.

여객기는 이륙한 지 23분 만에 해발 3만 피트(약 9천100m) 상공에서 통신이 두절됐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