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월 소득 10만원에 도전해야 하는 노인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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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필자의 지난주 칼럼을 보고 신문사로 항의전화가 왔다고 한다. 노인들이 폐지를 주워 용돈이라도 벌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50만원을 번다고 쉽게 얘기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무조건 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 무가지신문이 한창 읽힐 때 "지하철 선반에 쌓인 신문폐지를 모아서 팔면 한 달에 5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말한 것인데, 독자가 무조건 매월 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오해하신 것이다.
하지만 독자분의 말씀을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50만원을 벌려면... 아침 지하철의 번잡한 출근길, 멀리 의정부나 천안까지 가는 지하철에 올라 한 달 내내 폐지를 수집하고, 이후 저녁 늦게까지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며 빈병이나 빈 박스를 모으며, 때로는 쓰레기더미를 뒤져 빈 깡통이나 요구르트 병 등을 닥치는 대로 모아야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노인들의 폐지수집이 한창 호황일 때 신문폐지의 수집가격은 보통 kg당 135원이었다. 150원까지 올라 간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보니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 폐지수집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져 고물상에서 받는 가격이 점점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15년10월 현재는 그 절반 가격인 kg당 70원대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각종 재활용품의 수집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70원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저기 고물상들이 폐업하는 바람에 신문폐지를 주워 납품(?)하려고 해도 발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시대가 돼 지하철에서 신문 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폐지수집 자체가 어려워졌지만, 폐지수집으로 한 달 50만원을 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 신문사로 `항의전화`한 독자의 말이다.
노인들이 리어카나 손수레로 폐지를 실어 나를 때 무게가 60kg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장정도 지게로 지기 힘들다는 쌀 한가마니가 80kg이니, 노인들의 힘으로 폐지 60kg을 나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폐지를 끈으로 묶어 손으로 나를 수 있는 무게가 보통 20Kg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모아도 20kg을 넘기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최고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7~8년 전, kg당 150원이라고 치고 20kg을 모았다고 해봤자 하루 3000원 벌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20kg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한 달 소득이 9만원일 뿐이니, 폐지수집 만으로 한 달 50만원 벌기가 힘들다는 독자의 말은 사실 맞는 말이다.
66세 이상의 노인들이 넝마주의처럼 폐지를 줍는 이유야 돈을 벌기 위해서다. 복지단체 생명나눔재단이 경남 김해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지 줍는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199명) 가운데 ▷53.5%의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줍는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할 일이 없어 줍는다가 20.1% ▷가족들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11.6% ▷기타 14.8%로 나타났다. 199명 중에 147명이 먹고살기 위해 폐지를 줍는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즉 수입이 막막하다. 폐지를 주워 ▷월평균 5만원도 못 버는 노인이 전체의 52.8%(76명)에 달했다. ▷5~10만원 벌이가 18.8% ▷10~15만원 벌이가 13.9% ▷15~20만원 벌이가 4.2% ▷20만원 이상이 10.3%였다. 15만원 이상이면 고소득자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을 사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신문사로 항의전화는 안하셨으면 한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생활고에 내몰리고, 더러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리를 헤매며 폐지를 줍는 엄연한 현실은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더 염려하는 것은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들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디지털화 자동화 로봇화 기계화 등으로 인해 노인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흡수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지대를 많이 만들어 노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이 "청년들의 실질 실업률 추정치가 31.8%"라고 할 만큼 많은 젊은이들도 직장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어 노인들을 위한 재취업 일자리 마련이 만만해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노인들도 지나친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넝마주의가 돼 폐지라도 주워서 한 달 5만원의 소득도 못 올리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월 20만원 이상을 벌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삶의 현실이고, 생활의 지혜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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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는 무조건 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 무가지신문이 한창 읽힐 때 "지하철 선반에 쌓인 신문폐지를 모아서 팔면 한 달에 5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말한 것인데, 독자가 무조건 매월 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오해하신 것이다.
하지만 독자분의 말씀을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부분이 많다.
50만원을 벌려면... 아침 지하철의 번잡한 출근길, 멀리 의정부나 천안까지 가는 지하철에 올라 한 달 내내 폐지를 수집하고, 이후 저녁 늦게까지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며 빈병이나 빈 박스를 모으며, 때로는 쓰레기더미를 뒤져 빈 깡통이나 요구르트 병 등을 닥치는 대로 모아야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노인들의 폐지수집이 한창 호황일 때 신문폐지의 수집가격은 보통 kg당 135원이었다. 150원까지 올라 간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보니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 폐지수집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져 고물상에서 받는 가격이 점점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15년10월 현재는 그 절반 가격인 kg당 70원대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각종 재활용품의 수집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70원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저기 고물상들이 폐업하는 바람에 신문폐지를 주워 납품(?)하려고 해도 발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시대가 돼 지하철에서 신문 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폐지수집 자체가 어려워졌지만, 폐지수집으로 한 달 50만원을 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 신문사로 `항의전화`한 독자의 말이다.
노인들이 리어카나 손수레로 폐지를 실어 나를 때 무게가 60kg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장정도 지게로 지기 힘들다는 쌀 한가마니가 80kg이니, 노인들의 힘으로 폐지 60kg을 나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폐지를 끈으로 묶어 손으로 나를 수 있는 무게가 보통 20Kg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모아도 20kg을 넘기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최고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7~8년 전, kg당 150원이라고 치고 20kg을 모았다고 해봤자 하루 3000원 벌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20kg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한 달 소득이 9만원일 뿐이니, 폐지수집 만으로 한 달 50만원 벌기가 힘들다는 독자의 말은 사실 맞는 말이다.
66세 이상의 노인들이 넝마주의처럼 폐지를 줍는 이유야 돈을 벌기 위해서다. 복지단체 생명나눔재단이 경남 김해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지 줍는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199명) 가운데 ▷53.5%의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줍는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할 일이 없어 줍는다가 20.1% ▷가족들의 생계비 마련을 위해 11.6% ▷기타 14.8%로 나타났다. 199명 중에 147명이 먹고살기 위해 폐지를 줍는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즉 수입이 막막하다. 폐지를 주워 ▷월평균 5만원도 못 버는 노인이 전체의 52.8%(76명)에 달했다. ▷5~10만원 벌이가 18.8% ▷10~15만원 벌이가 13.9% ▷15~20만원 벌이가 4.2% ▷20만원 이상이 10.3%였다. 15만원 이상이면 고소득자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을 사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신문사로 항의전화는 안하셨으면 한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생활고에 내몰리고, 더러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리를 헤매며 폐지를 줍는 엄연한 현실은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더 염려하는 것은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들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디지털화 자동화 로봇화 기계화 등으로 인해 노인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흡수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지대를 많이 만들어 노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이 "청년들의 실질 실업률 추정치가 31.8%"라고 할 만큼 많은 젊은이들도 직장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어 노인들을 위한 재취업 일자리 마련이 만만해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노인들도 지나친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넝마주의가 돼 폐지라도 주워서 한 달 5만원의 소득도 못 올리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월 20만원 이상을 벌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삶의 현실이고, 생활의 지혜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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