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하루 먹어야 할 약 7개…복용법 제대로 안 따를 땐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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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올바른 약 복용법
잘못된 약 복용 인한 사망률, 교통사고 사망보다 높아
국내 당뇨병 앓는 환자 중 약 제대로 먹는 사람 30% 뿐
한국은 복약순응도 낮아
증상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중단·용량 변경하면 안돼
'꼬박꼬박 복약 알리미' 등 앱 활용땐 복약순응도 높아져
잘못된 약 복용 인한 사망률, 교통사고 사망보다 높아
국내 당뇨병 앓는 환자 중 약 제대로 먹는 사람 30% 뿐
한국은 복약순응도 낮아
증상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중단·용량 변경하면 안돼
'꼬박꼬박 복약 알리미' 등 앱 활용땐 복약순응도 높아져
핏속에 지방 성분이 많은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채용병 씨(63). 그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약을 포함해 하루에 다섯 개의 약을 먹는다. 매일 복용하지만 먹어야 하는 약이 많다 보니 종종 잊어버리기도 한다. 채씨는 “아침을 거르거나 잠을 늦게 자면 약 먹을 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가끔 안 먹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매일 약을 먹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노년층이 하루 평균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는 일곱 개. 약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채씨처럼 꼭 먹어야 할 약을 빼먹거나 옳지 않은 방법으로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약을 제대로 먹는 것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첫걸음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제대로 먹지 않으면 각종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고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는 낮은 편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약을 잘 복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70% 정도의 환자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 처방대로 복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약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각종 약을 올바로 복용하는 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약 제대로 먹은 고혈압 환자, 효과 다섯 배↑
만성질환자가 의사 처방대로 약을 잘 먹는 것은 치료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해외 연구 결과 복약순응도가 높은 고혈압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목표 혈압에 도달할 확률이 다섯 배 정도 높았다. 당뇨병 환자의 복약순응도는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복약순응도가 10% 증가하면 혈중 포도당 수치를 의미하는 당화혈색소는 0.16% 낮아졌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복약순응도가 낮아 사망하는 환자는 한 해 12만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두 배다.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11%가량이 낮은 복약순응도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특히 약을 복용해 평생 증상을 조절해야 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에게는 복약순응도가 더욱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심장질환 위험은 서너 배, 뇌졸중 위험은 여덟 배까지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정상혈당을 유지하지 못하면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망막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 때문에 하지를 절단하기도 한다. 고지혈증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3배 정도 증가한다.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췌장염이 생길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용량 복용해야
질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큼 복용해야 한다. 정유석 단국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나아졌다고, 약 효과가 좋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안 된다”며 “선택적으로 특정한 약만 복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약을 챙기는 게 힘들다고 하는 환자가 많다”며 “만성질환자는 약 먹는 것을 생활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기억하는 즉시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다만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워졌다면 기다렸다 먹는 것이 낫다. 짧은 시간 안에 두 배 용량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다른 사람의 약을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진과 생활 방식에 맞는 치료제 처방을 상의하거나 복약을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서 내놓은 ‘꼬박꼬박 복약 알리미’ 앱 등이다. 복약을 도와주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2.9배 정도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기억해야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는 약과 함께 먹을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음식 등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혈관질환 때문에 핏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와파린)를 먹는 사람이 녹즙이나 콩즙을 갑자기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이들 음식이 약효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혈압약은 바나나, 오렌지와 함께 먹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질 수 있다. 자몽주스는 고지혈증약, 부정맥치료약, 알레르기약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포도주스 역시 일부 고지혈증약, 고혈압약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약을 먹을 때는 과일주스, 콜라, 우유 등은 삼가고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두 개 이상의 약을 함께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약효가 과해져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과 소염진통제를 같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당뇨약과 감기약이나 호르몬제를 함께 복용하면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 고지혈증약은 항부정맥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과 함께 먹으면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항응고제는 소염진통제, 위장약 등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출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도움말=정유석 단국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매일 약을 먹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노년층이 하루 평균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는 일곱 개. 약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채씨처럼 꼭 먹어야 할 약을 빼먹거나 옳지 않은 방법으로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약을 제대로 먹는 것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첫걸음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제대로 먹지 않으면 각종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고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는 낮은 편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약을 잘 복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70% 정도의 환자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 처방대로 복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약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각종 약을 올바로 복용하는 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약 제대로 먹은 고혈압 환자, 효과 다섯 배↑
만성질환자가 의사 처방대로 약을 잘 먹는 것은 치료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해외 연구 결과 복약순응도가 높은 고혈압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목표 혈압에 도달할 확률이 다섯 배 정도 높았다. 당뇨병 환자의 복약순응도는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복약순응도가 10% 증가하면 혈중 포도당 수치를 의미하는 당화혈색소는 0.16% 낮아졌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복약순응도가 낮아 사망하는 환자는 한 해 12만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두 배다.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11%가량이 낮은 복약순응도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특히 약을 복용해 평생 증상을 조절해야 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에게는 복약순응도가 더욱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심장질환 위험은 서너 배, 뇌졸중 위험은 여덟 배까지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가 당뇨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정상혈당을 유지하지 못하면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망막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 때문에 하지를 절단하기도 한다. 고지혈증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3배 정도 증가한다.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췌장염이 생길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용량 복용해야
질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큼 복용해야 한다. 정유석 단국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나아졌다고, 약 효과가 좋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안 된다”며 “선택적으로 특정한 약만 복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약을 챙기는 게 힘들다고 하는 환자가 많다”며 “만성질환자는 약 먹는 것을 생활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기억하는 즉시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다만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워졌다면 기다렸다 먹는 것이 낫다. 짧은 시간 안에 두 배 용량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다른 사람의 약을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진과 생활 방식에 맞는 치료제 처방을 상의하거나 복약을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서 내놓은 ‘꼬박꼬박 복약 알리미’ 앱 등이다. 복약을 도와주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2.9배 정도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기억해야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는 약과 함께 먹을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음식 등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혈관질환 때문에 핏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제(와파린)를 먹는 사람이 녹즙이나 콩즙을 갑자기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이들 음식이 약효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혈압약은 바나나, 오렌지와 함께 먹으면 심장박동이 빨라질 수 있다. 자몽주스는 고지혈증약, 부정맥치료약, 알레르기약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포도주스 역시 일부 고지혈증약, 고혈압약 등과 함께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약을 먹을 때는 과일주스, 콜라, 우유 등은 삼가고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두 개 이상의 약을 함께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약효가 과해져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과 소염진통제를 같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당뇨약과 감기약이나 호르몬제를 함께 복용하면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 고지혈증약은 항부정맥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과 함께 먹으면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항응고제는 소염진통제, 위장약 등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출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도움말=정유석 단국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