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수주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사의 위기를 방치할 수 없어서다. 대우조선의 신인도 하락이 다른 대형 조선사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감안했다. 대마불사론이 일단 대우조선을 살린 셈이다. 하지만 정상화를 위해선 앞으로가 첩첩산중이다.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의 맹추격이 가장 큰 위협이다. 대우조선의 효자 품목인 LNG(액화천연가스)선만 해도 당장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되지만 기술 격차가 1~2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조선 정상화 첫발 뗐지만…] 한숨 돌린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수주 줄이고 대규모 감원 나선다
“넘어야 할 산 많다”

산업은행은 1만3000여명인 대우조선 인력을 1만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노조가 반발하면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3개월간 정밀실사한 뒤 밝힌 대우조선의 올해 예상 손실액은 약 5조3000억원이다. 지난 2분기에 3조원을 반영하고도 하반기에만 2조3000억원의 손실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손실을 그대로 놔두면 부채비율이 4000% 이상으로 급증해 수주 활동이 불가능하므로 이를 메워주겠다는 것이 산업은행 발표의 골자다.

손실에 따른 유동성 부족분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이 4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대우조선이 부동산 매각 등으로 1조85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회생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손실의 주범인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인도가 내년 말 끝나고,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박을 중심으로 건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경영정상화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가운데 세 척은 2017년에 인도되기 때문에 추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도 해양플랜트 대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해양플랜트 수주를 놓고 벌였던 출혈 수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의 공세도 대우조선 등 국내 대형 조선사가 넘어야 할 난제다. 중국은 2013년부터 정부 주도 아래 수백개에 달하던 조선사를 정리해 경쟁력 있는 51개 조선사만 남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 벙커선 등 범용선에서 중국에 발목을 잡혔듯이 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서도 중국에 따라잡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생산직 감원이 관건

대우조선 정상화의 관건은 현재의 호황 때 짠 조직 구조와 인력을 불황형 구조로 재편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 3년간 임원 축소, 부장급 이상 일반직 300명에 대한 권고사직, 임금피크제 강화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게 대우조선의 자구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대우조선의 수주량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생산직을 포함한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인도가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엔 인력을 적정 생산 규모에 맞게 축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수주 프로젝트마다 수익성을 면밀히 점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기로 하는 등 외형 위주의 성장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해양플랜트 비중도 기존 50% 이상에서 40%로 줄인다. 이와 관련, 노조는 최근 임금동결과 경영정상화까지 파업 자제를 주요 내용으로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생산직 감원은 절대 없다”며 노조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 요소가 잠재해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의 시나리오대로 대우조선이 정상화되면 산업은행은 곧바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박동휘/도병욱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