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퍼팅은 홀컵 뒷벽을 맞고 들어가는 강한 이미지를, 내리막 퍼팅은 눈물방울이 똑 떨어지는 듯한 부드러운 이미지를 그린 뒤 퍼팅하면 효과가 좋다는 게 문경안 회장(왼쪽)의 조언이다. 이관우 기자가 문 회장이 알려준 ‘공 대 공’ 퍼팅 연습을 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오르막 퍼팅은 홀컵 뒷벽을 맞고 들어가는 강한 이미지를, 내리막 퍼팅은 눈물방울이 똑 떨어지는 듯한 부드러운 이미지를 그린 뒤 퍼팅하면 효과가 좋다는 게 문경안 회장(왼쪽)의 조언이다. 이관우 기자가 문 회장이 알려준 ‘공 대 공’ 퍼팅 연습을 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그들은 멀리건을 잘 준다. ‘오케이’도 후하다. 물론 상대방의 멘탈을 뭉개는 ‘입 간섭’(일명 구찌)으로 구차해지지도 않는다. 자기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핸디캡 4 이하의 ‘왕싱글’ 얘기다. 골프 왕초보나 이른바 ‘100돌이’는 이들의 경기 모습을 구경하기도 힘들다. 같이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비법을 전수받으려면 밥이든 술이든 ‘대가’가 필수다. 왕싱글을 ‘신계(神界)’의 존재라며 부러워하는 ‘인간계’ 주말 골퍼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루 5시간 연습 … 8개월 만에 싱글

국산 골프공 회사 볼빅의 문경안 회장(57)은 그런 왕싱글 중 한 명이다. 핸디캡 3을 놓는 그는 직장에서 재무를 담당하던 30대 초반 골프에 입문했다. 하지만 설렁설렁 두 달 연습장을 들락거리다 나간 첫 라운딩에서 그는 수없이 OB를 날려 동반자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너무 미안하고 창피해 6개월간 필드에 안 나가고 하루 5시간씩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아침 출근 전 2시간, 점심 먹기 전 1시간, 저녁 먹기 전 2시간 이렇게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한 거죠.”

반년 동안 칼을 간 뒤 9라운드 만에 77타를 쳤다. 비즈니스 스타일도 비슷하다. 우선 몰입도가 높다. 철강무역회사를 운영하다 2009년 인수한 볼빅의 외형을 6년여 만에 10배로 키워냈다. 후원하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는 회사 이름을 내건 공식 대회까지 열었다. 최운정 이미향 이일희 등 후원 선수들이 매년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컬러볼도 유명해졌다.

퍼팅연습 가장 많이 해야

“오늘 긴장하셔야겠는데요?”

지난 12일 경기 광주시 남촌CC. 첫홀 버디를 잡아낸 뒤 분위기를 살피며 왕싱글을 자극해봤다. “첫 끗발로 알 수 있나요. 장갑 벗기 전까진 모르죠. 허허!”

발톱을 드러낼까 싶었는데 사람 좋은 웃음이 돌아왔다. 스윙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했던가. 연습 스윙 없이 곧바로 본 스윙을 하는 건 처음 봤다. 성격이 급한 게 아닐까. 그의 설명은 달랐다.

“연습 스윙 두세 번 해봤자 동반자들 보기에 안 좋고 체력만 날아가더라고요. 힘도 아끼고, 복잡한 생각이 샷을 간섭하지 않도록 일부러 빨리 하는 편입니다.”

스윙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모든 샷이 거의 빨랫줄처럼 스트레이트로 뻗어갔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전반에만 71.4%, 그린 적중률은 67%에 달했다. 전반을 모두 파로 마친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축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스윙축을 모르고 팔로만 스윙하는 사람이 많은데 레시피를 모르고 요리하는 것과 비슷해요. 축부터 잡는 연습을 하면 스윙 궤도가 좋아지고, 슬라이스나 훅 같은 문제도 고치기 쉬워집니다.”

백스윙 때 왼쪽 무릎을 오른쪽으로 좀 더 과감하게 밀어넣고 왼발 뒤꿈치를 살짝 뗐다가 다운스윙 직전 디디는 느낌으로 치면 축이 잘 잡힌다는 게 그의 조언. 물론 양발을 최대한 좁게 서서 좌우의 흔들림을 버텨주는 게 필수다. 축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기세 좋았던 첫홀 버디는 더블 보기 두 개와 보기 한 개가 잇따라 터지면서 빛이 바랬다.
골프는 ‘돈오점수’ … 꾸준히 연습해야

반면 그는 후반 들어서도 파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린을 놓치면 웨지 어프로치로 공을 홀컵 1m 안쪽으로 붙여 파를 잡았다. 20m가 넘는 긴 거리 퍼팅도 원 퍼트로 홀컵 옆에 바짝 붙였다. 13번홀까지 연속 파를 지킨 그는 14번홀(파3)에서 버디까지 터뜨렸다. 후반 2개의 파5홀에서 2온만 시도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언더파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는 한창 잘나갈 때 4언더파(68타)까지 쳐봤다고 했다.

“점수나 내기에 집착하지 말고 때로는 망가져주는 게 더 좋아요. 파5에선 당연히 2온을 시도해야죠. 실패해도 화끈하고 인간적이잖아요. 허허.”

독특한 건 퍼팅할 때 라인과 경사도를 이리저리 재지 않고 감각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공이 그린에 떨어진 그 상태 그대로 퍼팅을 했다. 그래도 공은 홀컵을 기가막히게 찾아 들어갔다.

“지면을 딛고 있는 발과 눈만으로 경사도와 거리를 읽고 퍼팅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고 성공률이 낮지만 시간이 갈수록 파괴력이 높은 퍼팅 방식입니다.”

연습도 간단했다. 라운드 30분 전 일찍 그린에 나와 공으로 공을 맞히는 것이다. 처음엔 짧은 거리에서 하다가 점차 거리를 늘려가면서 하는 게 요령. 구력이 짧을수록 최대 20m까지 긴 거리를 해보는 게 좋단다. 공이 한 개밖에 없을 땐 홀컵 주변을 360도로 돌아가면서 2~4m짜리의 퍼팅을 홀컵에 넣는 연습을 하면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골프 화두는 대개 깨달음으로 수렴했다. 73 대 81이라는 점수카드를 받아든 순간 문득 돈오점수(頓悟漸修)가 떠올랐다. 멀고도 험한 왕싱글의 경지는 오랜 수련을 통해 천천히 찾아진다는…. 돈오점수는 문득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궁극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선불교 용어다.

“원리를 알아야 골프가 쉬워지는 건 분명합니다. 더 확실한 건 비즈니스도 그렇고 스포츠도 그렇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생각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거죠.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골프를 즐기세요. 동반자들이 더 좋아할 겁니다. 허허!”

광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